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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리얼리즘 영화’는 세계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영화의 경향이다.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하고, 스튜디오가 아닌 파괴된 도시를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를 통해 보이는 풍경은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 그곳에서도 힘겹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그만큼 네오리얼리즘 영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당대의 삶을 리얼하게 담아내고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애환을 충실히 담아냈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은 당시에 사람들이 처했던 비관적 세계를 관객이 그대로 마주할 수 있게 한다.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자전거 도둑(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 1952년작)』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훔치게 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자식 앞에서 떳떳할 수 없게 된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한 사회상을 그려냈다. 네오리얼리즘 영화는 현실이라는 무대를 영화로 가져와 허구적인 스토리보다는 전쟁 이후의 절망적인 현실을 그대로 다뤄 영화사에 중요한 미학적 사건을 남겼다. 


『가버나움』은 이러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경향을 계승한다. 다만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전후의 파괴된 도시가 아니라 아직 조혼 풍습과 아동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빈민가이며 보다 더 구체적이고 단호한 연출로 ‘레바논 난민’들의 현실을 고발한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베이루트 빈민가의 풍경은 빈곤과 그로 인한 불행뿐이다. 주인공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의 가족과 동생은 기적이 행해지기 전까지는 불행만 예고된 삶을 살아갈 것만 같다.

 

가버나움  l 15세 관람가

개봉 l 2019. 01.

배급 l 세미콜론 스튜디오, 그린나래미디어(주)


그의 부모는 닭 몇 마리에 자신의 딸을 팔아넘기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불법적인 일에 동원하여 생계를 꾸려간다. 관객들은 곧 ‘자인’의 가족은 아동학대를 일삼아 생존의 수단으로 합리화하고 있음에 경악하며 영화를 보게 된다. 이것이 같은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아동의 삶이어야 하는 것에 자괴감이 들 정도로 아이들의 삶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영화에 대해 자극적인 빈곤함을 전시함으로써 관객에게 눈물과 슬픔을 강요하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빈곤 포르노’라고 비평하기도 한다.


『가버나움』은 주인공 ‘자인’이 담대하게 싸워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자인’은 자신에게 처한 억압적인 환경에 순응해 받아들이기보다 싸울 수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부모를 고소하기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에서 중요한 설정이 된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가버나움』은 ‘자인’에게 적극적으로 세상과 싸울 수 있는 목소리를 부여한다. 여기서 목소리는 실제적인 음성이 아니라 ‘자인’과 같은 아이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존재론적 목소리이다. 감독은 영화에서 ‘자인’에게 부여한 목소리가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미치기를 소망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모든 장면에서 잘 웃지 못했던 ‘자인’의 미소를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이렇게 웃으면서 살아가기를 소망하듯 웃음을 짓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이 장면은 그동안 출생신고도 하지 않아 세상에 없던 존재였던 ‘자인’이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다루는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과 충격적인 아동학대의 현장이자 빈곤으로 인한 고통의 삶이지만, 영화는 사실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 차 있다. ‘자인’은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책임감 있게 삶을 살아낸다. 그리고 불법체류 신분이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아이 ‘요나스’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 하는 ‘라힐’의 모습은 감동적인 인류애를 선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대로 이 영화는 빈곤 포르노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비평하기에는 이 영화를 만든 제작진의 마음과 주인공 ‘자인’을 그려낸 감독에게 굉장히 섭섭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작품에서 변호사로 출연한 배우이자 감독인 레바논 출신 ‘나딘 라바키’는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실제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의 연기에서 전달되는 감정들이 너무도 리얼해서 놀라게 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 레바논에서 캐스팅한 난민과 불법 체류자들이었다. ‘자인’역의 ‘자인 알 라피아’ 배우는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던 시리나 난민 소년이었고, ‘라힐’의 아기 ‘요나스’도 역시 난민이었다. ‘라힐’역의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는 실제 아프리카 불법 체류자로 촬영 도중 당국에 체포를 당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제작진들은 영화 제작이 완료된 이후 영화에 출연한 이들을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해 영화 밖 현실에서도 영화에 표현된 변화의 의지를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는 당대의 현실을 직간접적으로 담아내는 우리의 거울과 같다. 그래서 영화 매체에 담긴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항상 호소력을 지닌다. 그런 면에서 『가버나움』은 호소를 넘어 구체적인 실천의 방향까지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만난 ‘자인’과 ‘요나스’의 삶은 선뜻 공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아이들과 학대받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의 관심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따뜻한 바람을 불게 해줄 수 있다.  


-영화 『가버나움』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하여 소개해드린 영화입니다. - 


아동학대 예방의 날  

매년 11월 19일은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입니다. 이 날은 세계 모든 사람이 아동 학대문제를 조명하고 예방과 방지에 대한 관심을 갖는 날로,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세계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2012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하여 ‘아동학대 예방 주간’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씨네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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