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의 핵심을 결정하는 ‘공감’

  사람마다 마음에 송신기 하나를 갖고 산다. 그 송신기는 누군가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지 않을까라는 주파수를 끊임없이 보낸다. 그래서 마음의 주파수, 정서적 주파수가 나와 맞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치 상대가 나의 전부를 아는 것 인양 잠시 착각에 빠진다. 그 정서적 주파수를 상담에서는 ‘공감(Empathy)’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공감은 살아있는 모든 것이 원하는 것이다. 특히 포유류일수록 이 공감의 힘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포유류일수록 영장류 특히, 인간에게 이 공감은 ‘인격의 핵심’을 결정하기도 한다. 모든 존재는 자기 자신을 확인받길 원한다. 그런 욕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인정의 욕구’이다. 아이들에게 그 인정의 힘은 절대적이다. 


건강한 자아상의 가능성을 여는 ‘공감’   

인간은 누구나 타고날 때부터 건강한 자아상의 가능성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어머니나 아버지가 ‘확인’해 줄 때 비로소 그 가능성이 실재가 되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그 시처럼 말이다. 



가끔 병원에서 아기를 안은 엄마들을 보곤 하는데 어린 아기가 옹알이를 할 적에 엄마가 큰 눈으로 탄성을 지르며 "아유 우리 아가가 옹알이를 하네! 아이고 예뻐라! 엄마에게 무슨 말 하고 싶어요? 아유 그래그래 신났어 우리 아기? 엄마도 신나요!"라며 공감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곤 한다. 돌보는 자의 이런 공감은 아이의 자아를 가능성으로 이끈다.

천재는 아주 유아기 시절 아기가 반응한 그 무엇을 부모가 적극 지지해주고 반응해준 결과로 뇌세포가 활성화되면서 특별한 능력이 생긴 사람을 뜻한다. 공감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는 공감적인 아이가 되며 공감적 사람이 된다. 그리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줄 아는 사람이 된다. 그런 아이가 절대 불행할 리 없다. 그런 아이는 어디 가서도 인기다.


‘공감’이 부재한 가정    

   가족치료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역기능 가정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역기능 가정은 나쁜 가정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공감의 부재와 대화 부재, 반응 부재, 감동 부재인 가정이다. 그저 "밥 먹어라“, ”다녀오겠습니다." 이런 가장 기본적 대답 외에는 할 말이 없는 가정을 말한다. 한 마디로 공감 부재 가정이다. 

  공감 부재는 감동 부재이며 감정 부재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은 속생각이 많아진다. 하지만 겉으로 는 표현하지 않는다. 할 이유도 없고 할 필요도 없으니 소통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래서 역기능 가정의 구성원들은 다들 내면이 외롭다. 계산적인 공감이나 이익을 생각하는 공감, 정치적인 공감이나 상황적 공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을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정말 행복할 것이다.


공감을 이끄는 ‘이야기’

 모든 대화의 목적은 단 하나다. 공감 받기 위해서다. 그래서 공감 없는 대화는 결국 정보의 전달일 뿐이요, 썰렁한 넋두리에 불과하다. 나는 남자지만 같은 남성들끼리 이야기하면 꼭 어떤 뉴스나 큰 담론, 정치나 경제 같은 문제들을 갖고 대화를 하는 게 참 불편하다. 그런데 여성들은 아주 작은 주제 하나를 갖고 한 시간 내내 수다라는 대단한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을 보고 감탄하곤 한다. “맞아 맞아, 아 그랬구나, 아유 어째...” 이런 반응들이 그런 수다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도 작은 것에 반응하고 작은 것에 감탄하며 작은 것에 풍성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이야기 지도’가 필요하다. 별 것도 아닌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줄 수 있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대화 속에서 ‘공감 교육’을 체득할 것이다. 공감 받은 아이는 행복하다. 부모가, 교사가 아이들 마음과 주파수를 맞추어 공감해주는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행복을 만드는 교육

시대가 변화해도 여전히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가장 중요합니다.
‘행복을 만드는 교육’은  유아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 ‘중요한 발상’과 ‘실천’을 찾는 동심연구소의 노력입니다.

[글] 변상규교수
대상관계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


[저서]
네 안에서 나를 보다(2007), 마음의 상처 심리학(2008), 자아상의 치유(2010), 때로는 마음도 체한다(2014)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