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이는 순간이 있다. 상담의 경우 상담자들이 ‘수퍼 비전’이라 부르는 객관화 작업을 거친다. 즉 자신이 내담자와 상담한 내용을 비디오로 녹화하거나 내담자의 허락을 받아 녹음하여 이를 풀어서 감독자에게 제출하여 자기 상담의 장단점을 직면하는 일이다. 


그런데 자신의 상담 내용이 아주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어? 내가 이런 말을 했네?", "어? 내가 왜 저랬지?" 이런 반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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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언어, 

반복되는 행동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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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경우 일상생활에서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무얼 물어볼 적에 특히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이게 얼마죠? 네? 이게 얼마죠?" 이런 패턴을 잘 생각해보면 내 심리가 드러난다.

 

무언가를 묻는다는 것은 그것이 궁금하다는 것이고, 궁금하다는 것은 호기심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욕구가 있다는 것은 그것을 어서 채우길 바라는 마음이 스며있을 것이다.


즉 무언가를 두 번 묻는 패턴은 내 마음속에 어린아이같이 뭔가를 어서 채우고 싶어 하는 욕구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


그건 내 어린 시절에 원하는 것을 만족할 만큼 채움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다 만족하고 산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만족은 어린 시절에 엄마나 아빠 혹은 교사와 같은 중요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100점이라면 80점 정도를 채움을 받는 ‘심리적 만족’을 의미한다. 그것을 도널드 위니캇은 “good enough”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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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심리적 욕구가 

담긴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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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기본적인 만족감을 박탈당하거나 원하는 것을 아주 힘들게 얻었을 경우 그런 아이는 조급해지고 그것을 갈망하게 되고 그러한 조급증과 갈망이 언어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자기 분석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전문적으로 상담을 하다 보니 주어진 1시간 안에 내담자의 어떠함을 빨리 알아차려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그런데 상담의 노하우 중 하나는 내담자가 하는 행동과 말의 패턴을 살피는 일이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어떤 현상을 묘사할 적에 그 사람만이 표현하는 독특한 어법들, 얼굴 표정, 손짓, 말이 빠른지 느린지 속도까지 이런 모습들을 살피는 편이다. 그것은 내담자가 보여주는 패턴이다. 그 패턴을 빨리 익히고 수용해야 그를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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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언어, 행동보다 중요한

사람을 대하는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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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습적, 혹은 습관 반복된 패턴 등 그런 주제들은 결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은 어떠신지? 분명 반복되는 언어나 행동 패턴 하나는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패턴’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생님 중에 그런 분이 계셨다. 조용하고 차분한 편인 선생님이셨는데 아이들을 맞이하려 기다리다 아이가 오면 차분하던 그분의 모습이 180도 달라진다. 


“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반가워요! 아침은 먹었어요? 잠은 잘 잘잤구요?” 


큰 눈으로, 큰 모션으로 아이를 맞이한다. 영혼 없는 목소리와 태도로 맞이한 걸 본 적이 없다. 아이만 보면 순간 변신을 한다. 나는 그 분의 모습 속에서 아이에 대한 환영의 태도와 사랑의 모습을 보곤 했다. 아이들 만나는 일이 가장 즐겁다는 그분은 정말 선생님이라는 달란트를 갖고 있었다. 그 분은 아이들 만날 때 가장 환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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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행복을 창조하는

교사의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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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강의하게 될 때면 나는 항상 이 말을 잊지 않았다. 

“아이들 만나는 게 즐거운 선생님들만 교사를 하셔야 해요, 그래야 아이도, 선생님도 행복해요.”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일(work)이 아니다. 놀이(play)하듯 함께 하는 패턴이 우러나오는 것이다. 교사들은 그러한 패턴으로 아이들의 행복을 창조하는 사람이요. 동시에 사명으로 보람으로 자신의 행복도 일궈가는 사람이다.

   

행복을만드는교육

시대가 변화해도 여전히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가장 중요합니다.
‘행복을 만드는 교육’은 유아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 ‘중요한 발상’과 ‘실천’을 찾는 동심연구소의 노력입니다.

[글]
변상규교수 l 대상관계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


[저서]
네 안에서 나를 보다(2007), 마음의 상처 심리학(2008), 자아상의 치유(2010), 때로는 마음도 체한다(2014)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