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얗게 마음까지 씻어주는 목욕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린 시절 연말이나 명절 전 혹은 입학식과 졸업식 등 대소사가 있을 때 목욕탕을 가곤 했던 것 같아요. 묵은 때를 깨끗하게 밀어내면 마음까지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어쩌면 목욕이라는 행위는 지나간 감정의 찌꺼기까지도 씻겨주는 것 같죠. 


나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는 목욕탕을 그림책으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글·그림 최민지 | 노란사상                    

『문어목욕탕』은 위안과 웃음을 주는 책이랍니다. 주인공 여자아이는 목욕탕이 가고 싶어도 엄마가 없어서 혼자 못 가는 아이예요. 짝꿍 민지가 목욕탕을 갔다 왔다고 자랑하는데 너무 속상한 마음이 들어요. 문어목욕탕의 오픈 이벤트가 열렸는데, 어른은 8,000원, 아이는 800원, 혼자 온 아이는 80원 이래요. 다리가 8개인 문어니까 모든 가격에 8자가 들어갑니다. 


혼자 온 아이가 문어목욕탕에 들어가서 먹물탕에 들어간 순간 문어가 아이를 씻겨줍니다. 8개의 다리로 머리도 감겨 주고, 때도 밀어주고, 이도 닦아주고, 깔끔하게 헹궈줘요. 마음도 몸도 깨끗해진 아이는 ‘먹물 우유’를 먹으며 ‘내일 또 올게’ 하고 인사한 뒤 목욕탕을 나섭니다. 문어목욕탕은 아이의 몸만 씻겨준 것이 아니라 우울한 마음까지도 씻어줬지요. 


오랜만에 목욕탕에 가서 나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겨주고 오는 건 어떨까요? 



글·그림 서현 | 사계절

감정의 정화를 위해 읽어볼 두 번째 그림책은 『눈물바다』입니다. ‘그렇게 울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 온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다.’ 고 아이에게 협박조(?)로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한 협박이라뇨. 그러나 울음은 슬픔을 정화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고 나면 마음껏 우는 것이 오히려 후련한 감정 해소가 될 거에요. 


『눈물바다』에서 마음속 작은 감정 때문에 감정이 격렬하게 거세어지고, 급기야 눈물이 멈추지 않고, 홍수를 일으키고, 바다로 변해버립니다. 슬퍼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눈물 홍수 속에서 박태환 선수가 수영을 하고, 노아의 방주가 떠다니고, 심청이는 인당수로 뛰어드는 디테일이 유머러스합니다. 슬픔 속의 해학적인 웃음이 이 책의 매력이지요.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양한 감정을 겪습니다. 감정에는 긍정도 부정도 없지요. 슬픔이나 우울함이 ‘나쁜 것’이라고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지요. 곁에서 위로하고 토닥이면서 아이에게 안심을 주어야 해요. 슬퍼해도 괜찮다는 감정을 배워나갈 때 감정 근육이 건강해질 수 있답니다. 



    글·그림 박현주 | 이야기 꽃

혹시 여러분들은 행복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행복은 행위로써 얻는 일인 것 같아요. 기분 좋은 감정은 잠시 잠깐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스스로 작은 일을 성취하는 행위를 통해서 행복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까짓 것쯤이야!’라고 생각하며 달려 나갈 때 마법 같은 행복이 찾아오기도 하지요. 마지막 그림책 『이까짓 거!』에서는 빗속을 두 주먹 불끈 쥐고 달려 나가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내리는 비를 다 맞고 가면서도 아이의 표정이 밝아 보이지요. 


비가 내리는 날 마중 나올 사람 하나 없어 근심스럽게 창밖을 쳐다보는 아이는 다소 시무룩합니다. 어쩌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을 때 같은 반 친구 준호가 가방을 머리에 쓰고 빗속을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보게 돼요. 준호를 따라 가방을 머리에 쓰고 뒤쫓아 달려가면서 없던 용기가 생겨납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하고 해냈다는 생각에 눈빛이 반짝여요. 가슴 뿌듯한 벅참과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엔딩이 주는 울림이 가슴을 뻐근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랍니다. 내 앞길을 막는 장애 같은 모든 것들에 눌리지 않고, ‘이까짓 거!’ 하면서 헤쳐나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이야기에요. 행복이라는 감정은 자신의 힘과 행위로써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어요. 


이번 호에 소개한 『문어목욕탕』, 『눈물바다』, 『이까짓 거!』 세 권의 그림책을 통해서 마음과 몸을 정화하고, 세상 밖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는 감정의 힘을 키워가면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뛰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 원장님들께서도 힘차게 도약하실 수 있도록 지금 나의 행복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동심책방

동심연구소가 우수작가와 함께 하는 ‘동심책방’은
책을 통한 공감과 이해, 질문과 상상을 통한 행복하고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선물합니다.

[글] 김소라 작가
골목책방 ‘랄랄라하우스’ 대표, 2018 홍재문학상 수상, EBS 생각하는 콘서트 외 방송 출연 및 독서, 토론, 글쓰기 강연

[저서]
맛있는 독서토론 레시피(2013), 그림책은 재밌다(2015), 엄마의 그림책(2016), 비주얼씽킹 스토리로 말하라(2018), 바람의 끝에서 마주 보다(2020) 외 다수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