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아름다움을 엮다.

‘초고장(草藁匠)’이라는 뜻을 아는가? 보통 사람들이 단순하게 생각하면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장류를 만드는 장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서 초고(草藁)는 ‘풀 초(草)’에 ‘짚(지푸라기)고(藁)자’가 합쳐져 즉, ‘풀과 지푸라기’란 뜻이다.  다시 말해서 초고장(草藁匠)이란 풀과 짚(지푸라기)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匠人)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의 삶과 함께 이어져 온 짚풀공예

우리나라는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특히 풀이나 짚은 아주 흔한 재료였다. 사람들은 풀이나 짚을 버리지 않고 소여물을 주기도 하고 그것을 원재료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짚신이나 재래식 우비인 도롱이, 음식을 담을 그릇과 같은 생활용품에서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바로 이런 공예품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왕골로 만드는 완초 공예품이 중요한 교역품 중 하나였으며, 왕실 진상품으로 화려한 꽃무늬가 특징인 강화 화문석이 등장하게 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03호 완초장 기능보유자인 이상재 선생은 소박하게 발전한 한국의 짚풀공예 문화 가운데서도 특히 품질과 예술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완초공예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출처: 문화재청>

완초(왕골)로 만드는 우리나라 전통민속 공예

완초 공예란 예로부터 강화도에서 생산되는 순백색의 왕골(일명:완초)을 재료로 만드는 우리나라 전통 민속공예인데 강화 왕골이 유난히 튼튼하고 품질이 좋아 강화도의 특산품이 되었다.  완초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한 편이지만 다 자란 왕골을 쪼개어 건조시킨 뒤 그것을 다시 물에 불려 칼등으로 훑어낸 다음 햇볕에 말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출처: 문화재청> 

풀과 시간 그리고 만드는 이의 정성

완초 공예품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풀이라는 소재가 주는 힘이 아닐까?

완초는 풀로 만든 물건이지만 원재료인 풀을 말리고 불리는 과정에서 질기고 강한 소재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완초공예는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철학이 깃든 작품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섬세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눈썰미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화문석(물들인 왕골로 꽃무늬 등을 놓아 짠 돗자리) 한 장을 짜는데 무려 60만 번 이상의 손길이 필요하고 능숙한 사람이 밤낮없이 매달려도 보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작은 소품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몇십만 번의 손길에 크기와 무늬에 따라 기간이 일주일에서 열흘 이상 걸린다.    

               <출처: 문화재청> 

완초 공예는 자연이 주는 소재인 풀을 이용해 그것을 말리고 엮어서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내고 사람이 필요한 물건으로 재탄생하는 힘이 느껴진다. 이렇게 장인이 완초의 특징을 잘 파악해 좋은 재료를 구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정성을 들여야만 하나의 완초 공예품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평범함 속의 위대함

논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흔한 풀이 장인의 손을 거쳐 하나의 아름다운 물건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평범함 속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풀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그저 흔하디흔한 평범한 잡초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가치를 아는 장인의 눈썰미와 인내심으로 탄생하는 완초공예품이지 않은가.

잠시 눈을 돌려 우리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들여다보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이라고 하더라도 풀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초고장과 완초장의 마음처럼 우리 역시 아이들의 하나하나 소중한 가치를 알아보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보는 인내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