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그람(Calligrammes) = Kalos(아름답다는 뜻) + gramma(글자라는 뜻),  아름다운 상형글자

<출처: Guillaume_Apollinaire_-_Calligramme_-_Poème_du_9_février_1915>

이것을 본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것은 그림인가? 글인가?

이것은 칼리그람(Calligrammes)이라고 한다. 바로 단어로 대상을 가리키고 그림으로 지시를 다시 반복하여 대상과 기호를 강하게 묶어주는 그림을 뜻한다.

칼리그람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이다. 아폴리네르는 그리스어 어원인 칼로스 Kalos(아름답다는 뜻)와 그라마 gramma(글자라는 뜻)를 합쳐 아름다운 상형글자라는 뜻으로 칼리그람(Calligrammes)이라는 합성어를 만들어 낸다.  

아폴리네르의 또 다른 칼리그람 형태의 시를 보자.

<출처: Guillaume_Apollinaire_-_Calligramme_-Il Pleut/ (It’s Raining)_1916>

‘비가 오도다’ <il pleut> 라는 시를 보면 불어를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이미지만으로도 쉽게 그 의미가 전달된다. 후드득 후드득 쏟아지는 글자들이 빗방울이 되어 종이 위에 떨어진다. 글자의 배열만으로도 쏟아지는 빗줄기가 이미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아폴리네르는 비가 내리는 것이 자신의 삶에서 놀라운 만남이라고 말하며 빗방울 하나하나가 삶의 많은 순간과 인연임을 암시한다고 이야기했다. 

<출처: Guillaume_Apollinaire_-_Calligramme_-la cravate et la montre>

<la cravate et la montre>를 보면 문자의 배열로 넥타이와 시계라는 오브제를 표현해냈다. 아폴리네르는 그저 보이는 대상을 단순히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사물마다 포함하고 있는 그 시대의 모습이나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그려내려고 했다. 그래서 넥타이는 개인의 삶을 속박하는 사회적 규범, 시계는 죽음을 향해 흘러가는 시간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와 활자의 만남

따라서 칼리그람은 이미지와 활자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칼리그람은 글을 통한 ‘말하기’와 이미지를 통한 ‘보여주기’를 동시에 함으로써 전달하려는 의미를 보다 확실하게 드러내려는 시도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칼리그람도 있다. 

 La Trahison des images (Ceci n'est pas une pipe)1929, Oil on Canvas, 64.45 × 93.98 cm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보면 분명 파이프를 그려놓고 파이프가 아니라고 표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은 파이프를 의미하는 이미지와 파이프가 아니라고 말하는 텍스트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마그리트는 화가가 대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대상의 재현일 뿐이지 그 대상 자체일 수는 없다는 점을 통해 먼저 우리의 상식적인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현대 예술이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읽기의 시”에서 “보는 시”라는 새로운 형식

'전통적인 읽기의 시' 에서 '보는 시'라는 새로운 정신과 형식을 추구했던 기욤 아폴리네르. 

인종과 성, 계급을 뛰어넘어 누구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식을 추구하고 글자 역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닌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불합리한 현실과 타성적인 관습을 깨기 위해 일상의 언어를 벗어나 삶이 내포하고 있는 새로운 잠재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캘리그라피와 타이포그래피

칼리그람은 한자문화권, 서양문화권, 아라비아문화권과 같은 다양한 문화권을 통해 캘리그라피와 타이포그라피로 확장해나간다. 인쇄술의 발달과 컴퓨터의 발명으로 읽기 위한 글자가 아닌 보고 감상하는 글자로 변화되며 옛것에의 답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적 시도를 통해 순수예술로 승화되고 있다.  

캘리그라피와 타이포그래피는 문자라는 요소를 가지고 디자인하여 아름다움과 정보전달을 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하지만 캘리그라피가 자유롭고 조화로운 미를 추구한다면 타이포그래피는 인위적인 정돈된 미라고 할 수 있다. 

<캘리그라피 폰트>

<타이포그래피 폰트>

소리와 그림의 시대

현대사회는 점차 긴 글을 읽기 싫어하고 한 눈에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나 순간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오감으로 체감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깊이있게 사고하기보다는 자극적인 것들을 더 선호함으로 인해 다양한 상상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아폴리네르의 ‘읽기’와 ‘보기’의 협동 작업은 의미와 상상력이 확장되는 또 다른 길을 보여주었다는 것에 아주 큰 의미가 있다.  
결국 그는 이 예술을 통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한다는 예술의 참된 목적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오늘은 매일 예술을 창조해 나가는 우리 아이들의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 속에는 무엇이 보일까? 그리고 어떤 글이 읽혀질까?
분명, 아이들이 가지고 오는 작품 하나로 기대가 되는 오늘이 될 것이다.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