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잘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재능을 찾아 그쪽으로 전문성을 발휘하는 일을 시키면 좋겠는데, 특출나게 한 가지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부럽기도 해요.” 


부모가 바라볼 때 내 아이는 마냥 사랑스럽고 존재 자체만으로 놀랍지요. 하지만 영유아기를 거쳐 사회 안에서 살아갈 나이로 접어들면서 고민이 늘어갑니다.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고 싶다는 바램이 커지죠. 뭔가 한 가지를 특별하게 잘하거나 좋아하거나 빠져든다면 큰 문제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잘 하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 평범해 보이는 아이의 재능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겠죠.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글 피터 벤틀리 | 그림 대니얼 하워스 | ㈜동심

바로 『특별한 물고기가 되고 싶어』에요. 이 책에서는 특별해지고 싶은 주인공 넙치가 나옵니다. 


바다축제에 가던 넙치 퍼시는 날쌘 청어, 화려한 열대어, 멋지고 재밌는 복어 등 특징 많은 물고기들을 보며 부러워해요. 


“ 난 특별한 게 없잖아. 그저 느리고 칙칙한 데다 평범하고 재미없는 물고기일 뿐이야.”라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그때 상어가 나타나 모두 위험에 처했어요. 그때 순식간에 넙치가 자신의 평범한 몸 색깔로 다른 물고기들을 숨겨 주어 상어에게 먹힐 뻔한 위험을 모면합니다. 결국 축제에서 퍼시는 상을 받아요. 모두가 퍼시에 대해서 이런 평가를 했답니다. 


“퍼시는 숨기도 잘하고, 친구를 돕는 일에도 최고였습니다.”


다양성과 개성에 관한 그림책은 굉장히 많습니다. 모든 인간들은 개별성과 다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지요. 비교는 불행의 지름길일 뿐이랍니다.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기에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기도 하지요. 


퍼시는 누런 색깔의 평범해 보이는 물고기입니다. 그렇지만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친구들을 돕기도 하고,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기도 했어요. 인생은 문제해결의 기술을 터득해가는 과정이에요. 재능을 어떻게 발굴하는가? 바로 문제 상황과 같은 위기 속에서 혹은 결핍 속에서 발현될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때와 시기가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겠죠. 모든 사람마다 자기만의 재능을 펼쳐 꽃피울 수 있는 다른 ‘때’가 있으니까요. 



글 캐리 갈라쉬 | 그림 사라 액턴 | ㈜동심

그림책 『체리』를 통해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수채화로 그린 맑고 투명한 색감의 그림은 주제와도 잘맞는 듯합니다. 


체리 나무에서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피고, 작은 열매가 탄생합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어”라면서 모두가 기다리지요. 지루한 기다림이 아니라, 그 시간마저도 소중한 기억이 된답니다. 세상이 변해가는 모습과 함께 하루하루 일상이 즐겁게 펼쳐져요. 체리가 익기 기다리면서 모두가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 이후 드디어 체리 열매가 익었어요.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10여 명의 가족 모두가 체리 나무 사이에 둘러앉아 빨갛게 익은 체리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초록빛 싱그러운 나뭇잎 사이로 빨간 색깔의 체리는 그 자체로 영롱한 보석 같아요. 때를 기다린 이후의 달콤한 보상을 모두 함께 만끽하지요. 



글·그림 린다 크란츠 | ㈜동심

다음으로 소개할 그림책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너』입니다. 이번 호에서 첫 번째로 소개한 『특별한 물고기가 되고 싶어』의 주인공처럼 이 책 역시 물고기가 주인공이네요. 아마도 아이들이 알록달록하고, 예쁜 물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물고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이 많지 않을까요.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신기한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비할 때가 많아요. 


“인생은 특별한 물고기들을 만나는 여행과 같단다. 그리고 애드리 너는 아주 특별한 물고기란다.” 


바로 주인공 애드리의 엄마가 해 주는 말씀이에요. 둥글게 헤엄치는 물고기, 나란히 줄지어서 헤엄치는 물고기, 위로 혹은 아래로 헤엄치는 물고기, 하나의 색깔로 된 물고기, 빛깔이 다양한 물고기, 큰 물고기, 작은 물고기 등등. 하나도 똑같은 모양이 없지요. 다채로운 물고기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이 아름다운 거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요. 정확한 답은 알 수 없지만, 애드리 엄마가 말해주신 것처럼 ‘특별한 물고기를 만나는 여행’을 하기 위함 아닐까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책장을 넘겨나갈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빠져드는 감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대단한 사람이 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책을 읽는 시간과 경험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습니다. 체리가 익어가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결국 어느 순간에는 빨간 열매가 완성되니까요. 


동심책방

동심연구소가 우수작가와 함께 하는 ‘동심책방’은
책을 통한 공감과 이해, 질문과 상상을 통한 행복하고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선물합니다.

[글] 김소라 작가
골목책방 ‘랄랄라하우스’ 대표, 2018 홍재문학상 수상, EBS 생각하는 콘서트 외 방송 출연 및 독서, 토론, 글쓰기 강연

[저서]
맛있는 독서토론 레시피(2013), 그림책은 재밌다(2015), 엄마의 그림책(2016), 비주얼씽킹 스토리로 말하라(2018), 바람의 끝에서 마주 보다(2020) 외 다수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