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방임, 아동학대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사진 한 장이 발표된 적이 있다.

왼쪽 사진은 정상아의 뇌이며 오른쪽 사진은 극도의 방치를 겪고 자란 아동의 뇌이다. 뇌가 다르다.


[이미지 출처]

Childhood Experience and the Expression of Genetic Potential: What Childhood Neglect Tells Us About Nature and Nurture - Scientific Figure on Research Gate. Available from: [accessed 23 Nov, 2020]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마음의 좌절

대한민국의 유아 교사들은 훌륭한 사람들이다.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하나도 아닌 여러 아이를 돌보며 거기다 교육까지 그것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받지 못한 사랑까지 주어야 하는 막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유아 교사들이다. 


그런데도 가끔 뉴스에 소개되는 가슴 서늘한 뉴스는 아동학대 교사들에 대한 소식이다. 분명 소수인데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원장님과 교사들이 느끼는 마음의 좌절은 뉴스를 시청하는 일반 시민과 같을 수 없다. 밥 안 먹고 버티는 아동에 대해 화가 날 수 있다는 공감대도 있지만 화면 속에 나타난 폭력적 행동에 대해서는 상식적인 교사라면 아연실색하고 말 것이다. 저들은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애착이론에서 말하는 D type

애착이론에서는 아동을 크게 ‘안정애착아’ & ‘불안정애착아’로 구분한다. ​‘안정애착아’는 ‘B type’이라 부르고, 나머지 A, C, D type은 ‘불안정애착아’로 ​분류한다.​ 특히 ‘D type’은 불안과 혼란스러운 애착 패턴을 형성한 아동의 유형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D’는 ‘disorganized / disoriented type’로 이를 번역하면 혼란되고 방향성 없는 유형을 말한다. 이러한 ‘D type’ 아이의 삶의 표어가 있다면 ‘삶이라는 것은 늘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일 것이다.​


이 유형이 형성되는 이유는 출생 후 18개월 이전까지(아동의 애착 패턴이 자리 잡는 시기가 18개월 전후라 한다.)엄마를 부를 때 구타를 당했거나 혹은 불렀는데 엄마(care giver 즉  돌보는 자, 할머니나 다른 대상일 수도 있다.)가 전혀 못 알아듣거나 반응을 해 주지 않은 채 성장했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느덧 아이도 엄마가 필요한 상황일지라도 아예 부르지 않거나 혼자서만 해 보려 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는 눈치만 늘어난다.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할 수도 없다. 정서적으로는 늘 긴장하거나 불안해 있다. 불안정하고 불안한 ‘D type’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정리해보면 결국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불안정한 애착아 ‘D type’ 

첫 번째로 학대, 두 번째로 방임, 마지막으로 부모가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닐 경우이다(정신분열증, 깊은 우울증, 인격장애자, 알코올 중독-특히 알코올 중독은 뇌의 기능을 마비시켜 분노 조절에 실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분노를 격노(rage)로 폭발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D type’은 애착 형성이 불안정하면서도 회피와 저항의 어느 한쪽에도 포함시키기 어려운 유아를 말한다. 이런 유아들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즉 매우 강한 집착 행동이나 분노 행동을 표현한 후 갑자기 회피하거나 얼어붙거나 멍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갑자기 중단된 움직임, 혹은 이상한 표현을 하거나, 불균형적인 행동을 하거나 얼어붙은 모습, 가만히 멍하니 있음, 그리고 느린 움직임과 기괴한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엄마가 부르거나 접근했을 때 바로 강한 두려움이나 불안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두려운 표정으로 뒤로 홱 돌아가거나 머리와 어깨를 움츠리며 멀리 도망가거나 손을 입에 넣기도 한다. ​이 유형은 가장 애착에 문제가 많은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주로 어릴 적부터 방임이나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유형이 여기에 해당한다. ​

학대와 방임의 경험

몇 년 전 미국의 FBI에서 흥미로운 보고서 하나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은 연쇄살인범들을 조사하다 나온 결론이었는데 그 보고서에 의하면 어릴 적에 엄마의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가 성장하여 30세 이후로 갑작스러운 살인마로 변하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을 끔찍하게 살해한 살인마들은 100% 어릴 적에 학대와 유기, 방임을 경험했다는 보고서였다. 


우리의 기억 속에 충격을 주었던 연쇄살인범 유O철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어머니가 원하지 않은 아이로 임신하였다고 한다. 태중에서부터 거부를 당한 것이다. 그 이후 그는 출생 자체가 고통스러웠고 알코올 중독 증세인 아버지에게 늘 구타를 당하였고, 도망가 버린 자신의 친어머니, 그리고 이어진 새엄마의 거절 등으로 그는 만신창이의 유년기를 보내게 된다. 그가 8세 때는 아버지가 어린 유O철을 데리고 서울로 데려가 몇 개월간 구걸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니 그의 마음에는 부모와 세상에 대한 엄청난 분노가 마음에 자리했을 것이다. 


그런 분노가 쌓이고 쌓이다 자신이 감옥에 있는 동안 자신의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이것이 여성 혐오증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수십 명의 여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살인마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 가끔씩 전해지는 끔찍하고 엽기적인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학대받고 자란 ‘D type’인 경우가 많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람은 사랑을 받아야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사랑은 다시 자식을 낳고 물려줄 수 있다. 사람은 받은 것을 주게 되어 있다. 받지 못한 것을 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되물림되는 애착, 되물림되는 방임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모두 범죄자가 된다는 말은 아니다. 사랑과 돌봄을 박탈당하게 되면 극심한 우울증과 자괴감을 경험한다. 자기를 혐오(self-hate)하게 된다. 자기를 믿지 못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자기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혐오한다. 그런 혐오감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나 정신질환자들 중에서도 어릴 적 과거가 너무나 불행했던 ‘D type’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D type’이 되는 것은 집이 반드시 가난하거나 편부모 가정으로 생겨나는 것만은 아니다.


환경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집단의 엄마들도 아이에 대해 공감해주고 반영해줄 수 있는 능력이 좋은 편이라면 환경과는 관계없이 아기들에게 안정된 애착을 이루게 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보여진 결과는 우울증이 심한 엄마에게 양육된 아이일수록 불안정 애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세상에 애착이론이 발표되기 전에는 아이가 울 때마다 안아주면 더 울고 버릇이 없어진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7-80년대 육아 바이블이라 불린 ‘’벤자민 스포크 박사‘의 주장이 그런 예이다). 그러나 우는 아이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면 덜 울며 짜증을 덜 부린다는 여러 연구 결과와 이러한 어머니의 민감성에 기초하여 안정되게 반응해준 유아가 주변 환경을 더 탐색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행동 경향성은 사회적 관계에서 긍정적 기능이 더 많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영아를 돌보는 양육 방법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애착 유형이 단지 부모-자녀세대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애착 유형이 세대 간으로 대물림 된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들에서 할머니-엄마-아기, 3세대 간의 애착 유형을 연구한 결과, 할머니와 엄마의 애착유형과 엄마와 아기 사이의 애착 유형간의 일치도가 매우 높음을 발견하였다. 어려서 자신의 부모와 신뢰와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되면 그로 인해 적절한 부모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고, 결국 자신의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예방의 날'과 '부모교육'의 인식

​그래서 부모는 세대 간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올바른 자녀 양육에 대해 배우고 배운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되기 전에 '부모교육' 훈련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19일은 ‘아동학대예방 날’이었다. 우리사회는 운전면허 없이 운전하는 것이 살인 행위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운전보다 더 중요한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부모자격증을 준 적이 없지 않은가. 알다시피 아동학대와 폭력은 가정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동물도 본능이 허락하는 시기까지 새끼를 정성스레 돌보지만 사람은 사랑을 배우고 받아야 그것이 가능하며 재생산될 수 있다. 결혼은 마음대로 할지 모르지만 부모는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공대든 의대든 자연계든 인문계든 모든 교과목에 ‘자녀교육’, ‘부모 역할’에 대해 필수 교과목이 만들어지는 날을 생각해본다. 교육의 힘은 크다. 그런 교육 없이 자란 세대와 받고 자란 세대의 육아가 결코 같을 수 없다.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부모교육’은 우리 사회 각계각층이 모두 공감해야 할 중요한 화두이다.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확신한다.




행복을만드는교육

시대가 변화해도 여전히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가장 중요합니다.
‘행복을 만드는 교육’은 유아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 ‘중요한 발상’과 ‘실천’을 찾는 동심연구소의 노력입니다.

[글]
변상규교수 l 대상관계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


[저서]
네 안에서 나를 보다(2007), 마음의 상처 심리학(2008), 자아상의 치유(2010), 때로는 마음도 체한다(2014)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