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최고의 영화로 꼽히며 무수한 명대사들과 함께 회자되어온 영화이다. 많은 대사 중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고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대사가 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1990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우리 사회의 암울한 교육 현실을 말할 때 꼭 언급되는 영화이다. 그때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 교육은 늘 ‘대입’이라는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억압적인 구조에 놓여있다. 한 아이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수능까지 대입을 위해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늘 그 목표만을 염두해 두고 아이와 주변의 모든 환경이 그 목표를 위해 움직인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모범과 표준이 되는 것은 공부를 잘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이고, 그 이외의 것은 부수적인 활동이 될 뿐이다. 그래서 대입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하는 것은 똑바로 옳은 걸음을 걷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꿈꾸는 것은 누군가에게 힐난 받거나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고 만다.

 

연극배우가 되고 싶던 닐은 자신을 억압하는 공간이었던 집에서 

오랜 억압을 환기하듯 창문을 열고, 

예수의 가시관을 떠올리는 소품을 자신의 머리에 얹고 창문 밖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듯 눈을 감는다. 


많은 사람들이 꼽는 빛나는 명장면들이 있지만 나에게 기억나는 장면은 ‘닐(로버트 숀 레너드)’이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이다. 감독이 작심하고 찍었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이 장면은 마치 예수가 인간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죽음을 맞는 숭고한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영화는 마치 그의 죽음이 충격적인 선택이 아닌 예견된 죽음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억압적인 환경에서도 자기 자신의 걸음을 믿고 자신만의 걸음으로 세상에 걸어가 보고자 했던 닐을 목격했던 관객은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이 다가오고 있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이제는 무감각해질 정도이지만, 수능을 전후에서 우리는 수험생들의 부고를 전해 듣는다. ‘세상이 좀 나아졌겠지.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가니 이제는 좀 나아졌겠지’라는 안도의 마음을 가질 때면 어김없이 청소년들의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온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오래된 영화에서 묘사되는 이 장면이 아직도 현실의 장면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어떤 아이는 자신에게 강요되는 똑바로 걷는 것에 대한 강압과 억압 때문에 죽음을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그려내는 ‘키팅(로빈 윌리엄스)선생님’의 교육은 이러한 죽음의 행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강력한 해법으로 소개된다. 키팅 선생님은 억압에 순종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의 성공을 하는 것보다 자유를 일깨워주고 영혼을 찾아준 존재이다. 


“그래, 네가 생각하는 그게 틀리지 않아.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뭐라고 해도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게 맞아. 

너 자신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렴”


누구나 자신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인지하고 다른 사람의 목표와 지향이 아닌 자기 자신의 지향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의 방향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교육을 유아교육에서 찾는다면 당연 ‘전인교육’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시 분석 이론을 가르치는 이론서를 찢어버리고 시험과 전혀 관련 없는 것을 가르쳤던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은 전인교육과 맥을 같이 한다.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야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지.

여러분이 목표로 삼는 의학, 법률, 경제, 기술은 고귀한 일이야. 

삶에 필요한 수단이고 방법이지.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지식과 성취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인간다움과 균형있는 성장과 조화, 그리고 삶에 대한 가치관과 행복에 대한 전인교육은 대한민국 교육이 마주한 현실과 그리고 미래교육에 대한 방향에 있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씨네리터러시

‘씨네리터러시’는 오래전부터 교육의 도구였던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동심연구소가 추천합니다.

[글]
류승진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 및 미디어교육 전문가

[작품]
독립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제5종보급품’ (2018년DMZ영화제입상) 외 다수 영화 제작 및 아트퍼포먼스 제작

[사진]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