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범죄학자로 알려진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으로 ‘깨어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이 이론은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이론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자녀교육에 더 가까운 이론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이가 보이는 작은 징후에 대하여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10가지를 나열해 본다.

 

1. 아이가 욕을 할 때

부모 눈에는 어린 자녀들은 모두 다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녀들이 밖에 나갔다 들어온 이후로 아이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적에, 혹은 부부싸움을 하면서 아빠나 엄마가 서로에게 했던 욕을 아이가 따라할 때가 있다. 후자의 경우 부모 입장에서 난감할 것이다. 자신들이 뱉은 말을 아이가 따라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이 입에서 욕이 나올 때는 반드시 주의를 주어야만 한다. 어릴 적에는 뭐든 나쁜 것도 멋모르고 재미있어서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욕하는 버릇을 막지 못하면 그 욕이 나중에 부모로 향하게 된다. 그런 모습이 귀엽기만 하겠는가!


2. 아이 입에서 짜증 섞인 말을 반복될 때

역시 이 말도 친구나 부모에게서 배웠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짜증 섞인 말을 많이 하는 아이들은 자기의 감정에 대해 객관적인 언어구사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다. 왜 짜증이 나느냐고 물으면 별 이유가 없다. 그럴 땐 반드시 왜 짜증이 나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참아야 하는 것이면 참아야 한다고 말해주어야 하고 억울한 것이면 풀어주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입에서 감사해 보다 “짜증 나”가 많은 아이들은 정말 성격이 짜증나고 성장해서도 짜증스러운 아이가 되기 쉽다. 언어가 자신의 운명을 만든다는 걸 안다면 부모가 아이들의 짜증 섞인 말투를 귓등으로 들어선 안 될 것이다.

 

3. 부모가 훈육한 이후에 부모의 훈육에 대해 뒤돌아서서 불만을 표시할 때

훈육은 아이가 잘 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훈육을 했는데 뒤돌아서서 뭔가 불만 섞인 투정을 한다면 그것은 이미 훈육의 효과가 전무한 것이다. 그럼 다시 불러서 왜 그런 불만 섞인 말을 반복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래서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풀어주고 아닌 건 아닌 것으로 말해주어야 한다.

 

4. 불만을 행동으로 표시할 때

돌이켜보면 나도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뭔가 불만이 있을 적에 문을 쾅 닫는 못된 습관이 있었다.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을 곧장 행동으로 표현하지 말도록 하는 것이다. 말로 해야 한다. 말을 할 수 있도록 언어를 가르쳐야만 한다. 특히 아이들이 자라서 사춘기가 되면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 그걸 행동화시킨다. 아이가 성장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진다. 그러니 감정이 일어나면 반드시 그걸 말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아내나 남편이 서로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녀교육은 없다.

남자가 아버지가 되면 아무것이나 해서는 안 된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가 다 성숙한 상태로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성숙한 상태에서 아이들 부모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에 서로 미숙한 인간들끼리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만나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가정에서 언성을 높이고 갈등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결혼 전부터 자존심이 센 성격의 배우자라면 조금이라도 자기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부부가 서로 싸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걸 의도하지 않게 아이들이 본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아이들은 부모의 싸우는 모습까지 학습하고 닮는다. 

그런데 아내나 남편이 서로를 무시하고 무시한 상태에서 아이와 한 편이 되어 상대 배우자에 대한 미움을 투사한다면 분명 그 아이는 남편이나 아내로 빙의되어 아버지나 엄마를 미워하게 된다. 정말 지혜로운 배우자라면 아이가 어리더라도 화가 나면 반드시 둘 만의 공간 속에서 말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 "너는 네 아버지처럼 살지 말아라!", 또는 "너는 네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 이런 말들은 누워서 침 뱉기가 된다. 

 

6. 늘 몸이 아픈 부모의 모습도 자녀에게 상처가 된다.

아픈 것이 무슨 죄가 되겠나? 그러나, 너무 아픈 모습, 너무 지친 모습만 보인다면 그런 모습은 자녀에게 각인되어 그 아이도 커서 그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내가 아는 선배는 아무리 아파도 남편이 일 나가면 침대에서 일어나 의무적(?)으로라도 포옹을 하고 "잘 다녀와요, 오늘도 우리 가족 위해 일해주어 고마워요." 라는 말을 빼 놓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 모습을 늘 봐왔고 나중에 엄마의 그런 모습을 통해 아빠에 대한 감사를 배웠다는 말을 들었다. 아내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도 동일하다. 

 

7. 청소 및 욕실 습관 

아이들도 성장하면서 부모를 도와야 할 때가 있다. 설거지도 그렇고 집안 청소일도 그렇다. 가능하다면 식사 후에 아주 바쁜 것이 아니면 자기가 먹었던 식기들은 스스로 치우게 해야 한다. 욕실도 그렇다. 욕실은 공용시설이다. 샤워기로 슬리퍼에 물을 묻혀 놨다면 바로 세워 두는 일이나 머리를 감고 빠진 머리카락이 있으면 스스로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즉 자기가 한 일은 자기가 행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그런 일까지 해 주는 게 부모의 사랑인가?

 

8. 작은 경제관념 만들어 주기

유럽의 CEO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 자녀들에게 돈 없이 살아보라는 훈련을 시킨다고 한다. 일부러 일정 기간 돈을 주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보라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돈의 중요성과 흐름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 현명한 CEO가 되어 아버지의 기업을 이어받을 수도 있다. 큰 저금통을 만들어 놓고(속이 비취는 저금통) 작은 심부름을 할 적에 그 돈을 모아 일정하게 채워지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사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자기가 모은 돈으로 자기가 원하는 걸 사 준다면 그 자체로 작은 경제관념이 학습되는 것이다.  


9. 부모와 아이의 경계를 지키도록 하기

어린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 "엄마 아빠는 되는데 왜 나는 안 돼?"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럼 부모는 단호하고 엄격하게 말을 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건 엄마 아빠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아이로 하여금 세상에는 권위라는 게 있고, 경계라는 게 있으며,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고 아무리 화가 나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이 있음을 알려주어야만 한다. 특히 외동으로 자란 아이들에게는 그런 건강한 경계선을 그어주는 일이 필수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자녀교육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태도는 "좋은 게 좋은 거야." 라고 넘어가는 것이다. 아니다. "옳은 게 좋은 것이고 그 다음이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순서를 바꾸면 안 된다! 옳은 건 옳은 것이라 가르쳐주어야 한다. 

 

10. "요즘 애들 다 그런데 뭘" 이라고 말하지 않기

​아이가 어떤 그릇된 행동을 보일 적에 "요즘 아이들 다 그런데 뭘..." 이렇게 손 놓는 부모들을 보곤 한다.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게 커도 우리 아이는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 아이가 갖고 있는 긍정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마음껏 낙관성을 가져야 되겠지만 버릇없거나 욕을 하거나 누가 봐도 상식에 없는 행동을 할 적에 속상하면서도 스스로 "요즘 아이들 다 그런데 뭘..." 이렇게 말하는 건 자기를 속이는 행위다. 

 

‘엄부자모’라는 말이 있었다. 엄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의미다. 농사지을 때 하던 말이 아니다. 잘 자란 자녀들의 특징은 그들 부모가 엄부자모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아버지가 부재하다. 엄모자모다. 엄마가 엄하고 엄마가 자애롭다. 엄마가 다 한다. 아빠가 할 역할은 많지만 예전에 비해 상황적으로 아빠의 자리가 많이 작아 보이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개성도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은데 너무 규율이 없다. 권위를 비웃는다. 이건 세기말적 증상이다. 사소하겠지만 깨어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할 적에 생겨났던 수많은 역기능적인 사건들처럼 우리의 자녀교육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자녀에 대해 준비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나름의 부모의 지혜와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일 자녀를 위해서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부모의 마음은 어떻게든 자녀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행복을만드는교육

시대가 변화해도 여전히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가장 중요합니다.
‘행복을 만드는 교육’은 유아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 ‘중요한 발상’과 ‘실천’을 찾는 동심연구소의 노력입니다.

[글]
변상규교수 l 대상관계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


[저서]
네 안에서 나를 보다(2007), 마음의 상처 심리학(2008), 자아상의 치유(2010), 때로는 마음도 체한다(2014)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