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다! 엄마, 눈이 와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창밖에 눈이 쌓여있는 날의 설이 기억납니다. 빨리 밖으로 나가 눈밭을 밟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게 됩니다. 하얀 눈 위를 뽀드득거리며 걸을 때의 신비로운 기분, 내가 처음 발자국을 남겼을 때 느끼게 되는 묘한 흥분감. 눈 내린 날은 그 자체로 선물이죠. 


아이는 눈이 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어떤 일은 꾹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눈 내리는 날이죠.


글, 그림 샘 어셔 | 역자 이성희 l 주니어RHK 


‘SNOW 눈 오는 날의 기적’은 샘 어셔 작가의 ‘기적 시리즈’ 그림책 중 겨울 편입니다. 예쁜 색감과 부드러운 붓 터치로 흰 여백의 미를 잘 살린 그림이 아름답습니다. 눈 오는 날 공원에 나가고 싶은 아이는 밖으로 나가 놀고 싶어 할아버지를 재촉합니다. 


누가 첫 발자국을 찍기 전에 새하얀 눈을 밟아보고 싶거든요. 느릿느릿 할아버지 때문에 첫 발자국도 남기지 못해 속상한 마음으로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아이의 눈앞에 바로 기적 같은 일이 찾아옵니다. 어떤 기적이었을까요?


할아버지는 새하얀 눈 자체가 기적 같은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여러분도 아이와 눈 오는 날, 기적 같은 환상의 날을 함께 느끼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이 책의 작가 샘 어셔는 ‘눈이 내리면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거나 마법 같은 일이 문밖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독자에게 갖게 해 주기 위해 책을 만들었다고 해요. 과연 올겨울 펑펑 눈이 내리는 날은 언제일까요? 선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간절히 눈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을 거예요. 





저자 에즈라 잭 키츠 |역자 김소희 | 비룡소


두 번째 소개할 책은 에즈라 잭 키츠(1916~1983)의 ‘눈 오는 날’입니다. 폴란드에서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주한 유인 가족 중 셋째로 태어나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에즈라 잭 키츠는 만화와 잡지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어린이책 삽화도 그렸다고 해요. 


1962년 ‘눈 오는 날’이 바로 그의 첫 그림책이고 해마다 미국에서 출간된 그림책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수여 하는 ‘칼데콧 상’을 수상한 책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피터는 흑인 꼬마 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책입니다. 1960년대 흑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책은 흔치 않았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눈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소개합니다. 발자국 길 만들기, 나무에 쌓인 눈 건드려 보기, 눈싸움, 눈사람과 눈 천사 만들기, 눈 미끄럼틀 등. 눈만 있으면 다른 장난감 하나도 필요 없이 놀 수 있습니다. 세상 전체가 놀이터가 되니까요. 


이 책에서 눈으로 발자국을 만드는 부분은 아이들에게 사고를 확장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발을 모아서 새 발자국처럼 만들기도 하고, 발자국을 끌면서 가기도 합니다. 주인공 피터를 통해 발자국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하게 됩니다. 바로 내가 다양한 모습의 발자국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새롭게 해석할 힘을 통해 우리들의 인생도 달리 보이겠죠. 





글 우크라이나 민화 | 그림 에우게니 M.라쵸프 | 한림출판사


세 번째 그림책은 우크라이나 민화를 모티브로 한 ‘장갑’입니다. 1950년대 출간되어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 온 작품으로 그림책 작가 에우게니 M.라쵸프의 섬세하고 개성적인 그림이 돋보입니다.  


‘장갑’은 할아버지가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숲에 갔는데 거기서 장갑 한 짝을 떨어뜨린 일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들쥐, 개구리, 토끼, 여우, 늑대, 멧돼지, 곰 등 동물들이 차례차례 장갑에 들어와 사이좋게 같이 산다는 내용입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현실의 눈으로 “작은 장갑 한 짝에 저렇게나 많은 동물이 다 들어가 모여 산다고? 말도 안 돼?”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세계에서는 뭐든지 가능합니다. 


추운 겨울 장갑 한 짝으로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이기적으로 자신만 장갑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온기로 추위를 견디려고 하는 동물들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이 정겹지요. 내가 추우면 너도 추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장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머뭅니다. 


그림책 속 세상처럼 우리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희망과 온기가 가득한 겨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심책방

동심연구소가 우수작가와 함께 하는 ‘동심책방’은
책을 통한 공감과 이해, 질문과 상상을 통한 행복하고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선물합니다.

[글] 김소라 작가
골목책방 ‘랄랄라하우스’ 대표, 2018 홍재문학상 수상, EBS 생각하는 콘서트 외 방송 출연 및 독서, 토론, 글쓰기 강연

[저서]
맛있는 독서토론 레시피(2013), 그림책은 재밌다(2015), 엄마의 그림책(2016), 비주얼씽킹 스토리로 말하라(2018), 바람의 끝에서 마주 보다(2020) 외 다수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