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들어 정신분석학이 출현한 이후 인간 내면에 관해 연구하려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특별히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한 이후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어린이들의 내면세계에 대해 인류 최초로 연구한 사람들이 몇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서로를 라이벌로 여겼던 아동 정신분석의 선구자였던 ‘안나 프로이트’와 ‘멜라니 클라인’이었다. 왼쪽이 클라인이고, 오른쪽이 프로이트인데 아마 서로 다정해 보이는 유일무이한 사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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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정신분석의 선구자였던

‘안나 프로이트’와 ‘멜라니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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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fr.wikipedia.org/wiki/Les_Controverses
_Anna_Freud-Melanie_Klein_(1941-1945)


이들이 주장한 것은 바로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의 내면세계를 알 수 있다고 증명한 것이다. 물론 그 당시 이들이 아동에게 제시한 놀잇감은 목각으로 만든 사람 인형 몇 개에 불과했으나 이후 칼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반을 둔 ‘모래 놀이’ 치료가 시작되면서 아동들의 놀이에 대해서 깊이 있는 연구가 시작되었다.

 

나는 교사 교육을 하게 될 때나 뉴스를 통해 교사들의 소식을 듣게 될 때면 교사들이 아이들의 심리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두고 공부해보길 하는 마음을 갖는다. 가령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 때 그에 대해 어른의 관점에서 핀잔을 주거나, 가르치려 들거나, 혼을 낸다거나, 윽박지른다면 그건 분명 수동적 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로 적지 않은 상처를 아이들에게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부모님이 이혼하고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 부부는 맞벌이로 바쁘고 일주일에 한 번 엄마가 겨우 아이를 만나는 형편이다. 그런데 아이가 어느 날부터 자꾸 배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툭하면 운다. 


그런데 담당 교사는 우는 아이에게 "그렇게 울려면 1세 아기 반에 가서 같이 울어요!"라고 한다거나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에이 안 아픈 거 같은데? 거짓말이지?"라고 말을 한다거나 아이가 무언가를 잘못하면 교사가 씩 웃으면서 "그래요 죄송해요? 우리 어린이가? 그럼 죄송할 짓을 왜 했을까요?"라고 말을 한다면 도대체 아이는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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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언어화 하기 

어려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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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을 통한 어린이 심리치료’라는 전집을 집필한 작가이자 영국의 아동심리치료가인 마곳 선더랜드는 아동은 어른에 비해 감수성이 대단히 섬세하기에 무언가를 느끼면 감정이 확 올라온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확 올라온 감정들을 다 ‘언어화(verbalization)’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 엄마와 딸이 시골 할머니 집에 갔다. 부엌에서 엄마랑 놀던 아이가 엄마가 잠시 나간 사이 생전 처음 쥐를 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엄마가 다가와 묻는다.


"왜 그러니? 무슨 일인데?“

그러자 아이는 굳은 얼굴로 찡그리며 "저기…. 쥐…! 쥐…! 쥐…! 쥐!"라고 한다.

순간 엄마가 "응? 뭐? 쥐? 아! 쥐~ 여긴 시골이라서 저런 쥐들이 한두 마리가 아냐. 에이 또 뭐라고 자! 이제 그만 밥이나 먹으러 가자" 이렇게 했다. 사건 종결?


선더랜드는 이 순간 아이가 어른처럼 말을 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엄마! 쥐가 갑자기 나타나 저를 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제가 너무 무섭고 놀랐어요.“

“엄마! 엄마가 곁에 있었으면 안 무서웠을 텐데 엄마가 안 계셔서 저는 너무 무서웠어요.”

"엄마! 저는 쥐를 처음 봐요. 징그럽게 생긴 쥐가 제 앞을 빨리 지나갈 때 저게 어디서 왔지? 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말이라는 걸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위의 말들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는 어떤가? 아이가 한 말은 놀라서 "엄마! 쥐! 쥐!" 가 전부였다. 그래서 엄마는 뭐라 했는가? "저거 쥐야 시골이라 쥐가 많아 가서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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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표현하고

 말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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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선더랜드는 말한다. 아이들은 언어로 모든 걸 담을 수 없다고 말이다. 미술치료나 음악치료 그리고 놀이 치료나 모래 놀이 치료 등을 통한 ‘표현’과 ‘놀이’가 그래서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다 언어로만 전달된다면 미술이나 음악은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건 다 언어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동작으로 손으로 음성으로 악기로 그림으로 작품으로 드러난다. 그것들은 언어 이상의 말을 우리에게 건네고 있지 않은가.


어린이들은 ‘놀이’로 말을 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느끼는 바를 다 말로 표현해내지 못한다. 그런 아이들이 부족한 단어 몇 개를 배워서 뭐라 뭐라 자기 나름의 아픔을 호소한다면 교사는 반드시 그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공감해주고 자기 수준에서 도울 수 있는 걸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가 하는 말을 꾸며낸 말이라고 하거나, 가만있으라 하고, 소리 지르고, 참으라고 하는 건 너무나 미숙한 반응이다. 심지어 학대(수동적 학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흔히 하는 교사들의 경우 스스로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경험했거나 치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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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내면의 언어를 읽으려 

노력하는 교사들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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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터지는 아동 학대 관련 뉴스와 영상들을 보게 되면 정신분석적으로 분명히 본인이 받은 그대로를 돌려주고 재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유아기와 유년기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을 꾸는 시기이며 가장 자아가 여리고 약할 때이다. 아이들의 행동과 놀이를 수용해주고 내면의 언어를 읽으려 노력하는 교사들이 더 많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 교사들의 노력이 귀하다. 그런 교사에 의해 오늘도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세상을 배울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행복을만드는교육

시대가 변화해도 여전히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가장 중요합니다.
‘행복을 만드는 교육’은 유아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 ‘중요한 발상’과 ‘실천’을 찾는 동심연구소의 노력입니다.

[글] 변상규교수
대상관계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


[저서]
네 안에서 나를 보다(2007), 마음의 상처 심리학(2008), 자아상의 치유(2010), 때로는 마음도 체한다(2014)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