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둥…. 북소리에 마음을 빼앗겨 본 적이 있는가? 홀로 소리 내어 청중의 마음을 두드리고 어느 순간 자지러지는 그 소리가 온몸을 전율케 하는 묵직한 연타음 말이다.

<출처: 위대한 문화유산>

한 명의 소리꾼과 한 명의 북 치는 사람.

특히, 창자와 고수가 장단을 맞추어 음악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판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진정한 소리는 이런 것이구나!’라는 소리의 정수(精髓)를 느낄 수 있다. 

소리는 세상을 바꾼다고 했던가? 하나의 소리에 불과하지만, 청중의 마음을 흔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

“얼씨구!” “잘한다!” “좋지!”

판소리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간의 희로애락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공연예술인 판소리에는 다채로운 세상 사람들의 경험과 사상, 감정이 표현되어 있다. 기쁨과 슬픔. 장중함과 화평함, 유유함과 같은 다채로운 감정을 소리꾼이 소리판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발휘하여 예술적인 감흥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청중은 창을 하는 소리꾼의 숨소리마저 귀 기울여 숨죽여 듣는다. 그러나 진정한 우리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주는 고수가 함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창자가 꽃이라면 고수는 나비다.

고수. ‘북재비’라고도 하는 고수는 흔히 판소리나 산조에서 장단을 치는 사람을 지칭한다.

고수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단순한 반주자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장단의 한배(빠르기)를 조절해서 소리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것을 보완해야 하고  “얼쑤! 잘한다.”와 같은 추임새를 넣어 소리꾼과 청중 사이에서 소리판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야 한다.

그래서 판소리 공연에서는 소리꾼의 능력 못지않게, 북장단과 추임새로 소리꾼과 판을 보조하는 고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명창이라 해도 소리북이 제대로 소리길을 열고 쉬고 닫게 하지 않으면 소용없을 정도로 소리북은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판소리에는 장단의 법도가 다른 장르의 전통음악과 달리 매우 엄격하고 절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많은 수련 과정과 판소리 이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명고수’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일고수 이명창(一鼓手 二名唱) 

그래서 일고수 일명창 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첫째가 고수요, 둘째가 명창이라는 뜻이다. 명창과 명고의 리듬이 어우러져 상승작용을 일으킬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우리의 소리가 되는 것이다. 

<출처: 명창 오정숙(좌)과 명고 김청만(우)>

고수. 소리꾼의 디딤돌 

그렇다. 고수는 바로 소리꾼의 디딤돌이 되어주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로 둘러싼 ‘판’이라는 무대에서 소리꾼이 의지할 수 있는 건 북 하나다. 소리꾼이 가사를 까먹으면 추임새를 넣어 빈 소리를 채워주고 소리꾼의 호흡이 끊어질 때쯤 북을 두드려 소리꾼에게 힘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

누군가의 호흡에 맞춰 누군가에게 발판을 놓아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수는 소리꾼이 판이라는 무대에서 사뿐히 즈려밟고 갈 수 있는 디딤돌이다.

부모. 내 아이의 디딤돌 

아이들에게 인생이라는 큰 무대에서 두려움에 맞설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 바로 이 고수의 역할은 누구의 몫일까? 바로 부모가 아닐까 한다.

고수가 소리꾼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것처럼 부모는 그 ‘판’에서 소리를 내는 우리 아이들의 빛이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때로는 지치고 힘들 때 아이를 다독여주기도 하고 함께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가 명창이 되면 아이는 그 판에 서 있을 자리가 없지 않은가? 

'원장'이라는 역할 역시 한 아이와 부모. 그리고 교사 뒤에서 묵묵히 그들의 역할이 빛날 수 있게 보조하고 도와주는 자리가 아닐까?

주위를 맴돌며 꽃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나비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전통소리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이 영화 한 편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조선팔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소리의 가락으로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빚어낸 한국적인 뮤지컬 영화. 바로 광대: 소리꾼이다.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우리의 전통 소리와 장단으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소리꾼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전통 소리의 멋과 흥을 물씬 느껴보자.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