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순천 남승룡 마라톤 대회 공식 사이트)

아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학창 시절, 누구나 역사 시간에 한 번쯤은 다 보았을 사진이다.

당신은 월계수 화분을 들고 일장기를 가리고 있는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를 기억하는가?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일본 국가가 울려 퍼진다. 고개를 푹 숙인 손기정은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주어지는 월계수 화분으로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를 가렸다. 일장기를 가릴 수 없었던 남승룡 선수는 손기정 선수와 함께 동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잔뜩 굳은 표정으로 하염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렇다. 한국의 마라톤 첫 메달은 8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가 열린 그 날, 손기정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또 다른 한국인. 남승룡 선수가 차지했다.

인내와 끈기의 스포츠. 마라톤

매년 봄, 가을이 되면 전국에서 갖가지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가 줄을 잇는다.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마라톤이 열풍이다. 

42.195km를 달리는 초(超)장거리 달리기. 현존하는 달리기 종목 중 그 거리가 가장 긴 종목이다.

최근 마라톤은 전문 선수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요즘은 특히 사람들의 건강관여도가 커지면서 여가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과 셀프메디케이션 (Self-medication). 즉,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마라톤이라는 스포츠가 주는 인내와 끈기라는 이미지가 한국인과 닮았기 때문에 다른 운동들보다 더 친숙하게 접근하는 것은 아닐까?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에서 이기고 벅찬 감동을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스포츠다. 자기 자신을 단련시켜 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통을 감내하며 스스로 힘든 과정을 지나 목표에 도달할 때 얻게 되는 성취감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마라톤을 하다 보면 소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 하여 몸은 힘든데도 정신이 맑아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신비로운 상태를 경험하는데, 이때에는 오래 달려도 전혀 지치지 않을 것 같고,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세계의 이색 마라톤 

그런데 이렇게 전 코스 42.195km를 완주하지 않더라도 뛰는 게 전부가 아닌 이색 마라톤도 있다. 

메독 마라톤 

# 취하면서 달려봤니? #

(출처: www.marathondumedoc.com)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메독 마라톤(Medoc Marathon) 행사를 매년 9월에 개최한다. 매년 테마에 맞춰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코스 중간중간 급수대에서 각 샤토(와이너리)들이 준비한 와인을 마시며 정규 전 구간 거리인 42.195㎞를 뛰어야 한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

# 내 안의 오아시스를 찾아라#

(출처: http://www.mdsasia.co.kr)

어드벤처레이스 회사인 Racing The Planet에서 개최하는 4대 사막 레이스(4 Deserts) 가운데 하나로 해마다 4~5월경에 열린다.

1986년 패트릭 바우어가 홀로 사하라 사막에서 12일간 350km를 여행한 것을 계기로 1988년 첫 대회를 개최한 이 대회는 개인 또는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참가하며, 매해 조금씩 코스가 변경은 되나 이틀간 80km를 달리는 구간과 정규 마라톤 구간은 반드시 포함된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배낭, 음식, 침낭 등을 짊어지고 7일간 갈증과 무더위를 견디며 모로코의 사막 250km를 달리는 것이다.

북극 마라톤 

# 멈추면 죽는다 #

(출처: Polar Circle Marathon)

끝없이 펼쳐진 얼음 지대에서 영하의 추위를 견디며 42.195km 코스를 완주하는 세상에서 가장 추운 마라톤이다. 극한의 추위를 뚫고 지구상 최고의 오지에서 만년설을 감상하며 자신의 한계를 실험한다.

인생이라는 마라톤

마라톤에는 인간이 극복하고자 하는 한계에 도전하는 숭고한 스포츠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피나는 훈련을 하고 경기에 참여한 선수도 그날의 컨디션과 체력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강인한 정신력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오르막, 때로는 내리막길이 반복되고 지루할 정도로 평탄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인간사와 비슷한 것이 또한 마라톤인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종종 마라톤에 비유된다. 특히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결승점까지 달려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마라톤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인생에서 1등이 딱 한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마라톤에서는 기록이 가장 빠른 사람만 1등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인생에서는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다. 조금 뒤쳐지고 꼴찌로 달리면 어떤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사람이 1등인것이다. 

'인간 기관차'라고 불리며 수많은 세계기록을 수립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장거리 육상선수였던 에밀 자토펙은 이렇게 말했다.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