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숙 시인이 지은 ‘동그라미’라는 시의 전문이에요. 

뾰족할 수 없어 기어이 동그랗다는 말이 참 와닿는데요. 세상의 모든 열매, 세상을 끌어가는 모든 바퀴, 해도 달도 꽃들도, 세상에 이로운 것들은 모두 동글동글 착해요.

어떤 선함의 형태가 있다면 바로 곡선의 동그라미가 아닐까요?

그런데 여기 조금 특별한 동그라미들이 있어요. 동그라미들의 이야기를 가만가만히 들여다볼까요?

## 구멍, 내가 나에게 건네는 나의 이야기 ##

(열매 글/향)

그림책 향 시리즈 열두 번째 그림책 ‘구멍’은 ‘나’는 어쩌다 ‘나’가 되었을까? 생각할 수 있는 구멍 이야기에요. 

구멍은 움직일 수도 없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눈에 띄지도 않아요. 구멍 안에는 온갖 더러운 것들만 가득하죠. 그런 구멍이 작은 세상과 마주하며 전혀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요.

우리의 삶도 어떤가요? 구멍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때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구멍 때문에 울고, 포기하고, 좌절하지만 또 그 구멍이 있기 때문에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바로 이 특별한 동그라미 덕분이지요. 우리가 꽉 막혀 있다면 아무도, 아무것도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없잖아요.

구멍이 자신의 모습을 소중하게 생각하자 구멍의 몸이 호수가 되고 그 호수가 구멍의 새로운 세상이 된 것처럼 우리도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상에 참 소중한 존재이지 않나요?

여러분은 참 소중해요.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우리 몸 구석구석을 보듬어주고 보살펴주세요. 내 몸속에도 소중하고 특별한 구멍들이 있답니다. 

## 후후후~ 입김을 불어요 ##

(서지연 글/천개의바람)

입을 오므려 후후후~ 입김을 불어 볼까요?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세상의 여러 가지 자극을 가장 먼저 접하는 신체 기관은 바로 입이지요. ‘후후후’는 아기가 입김을 불며 여러 가지 상황을 놀이로 즐기는 책이에요.

손이 아플 때 후후후~불어주는 엄마의 따뜻한 입김. 추운 겨울, 엄마·아빠 얼굴에 호호호 따뜻한 입김. 정말 따뜻한 엄마,아빠의 사랑도 이 특별한 동그라미가 만들어주는 행복 아닐까요?

공원에서 한 비눗방울 놀이, 엄마 아빠와 접어본 종이배, 호로록호로록 맛있게 먹은 국수처럼 우리 아이들의 소소하지만 따뜻한 일상도 엿볼 수 있답니다.

후후후~ 입김을 불면 비눗방울이 날아가고 종이배가 동실동실 떠가요.  

동실동실 떠가는 배처럼 우리는 모두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어 하죠. 동물원 창살 너머 특별한 동그라미.. 동그란 달을 바라보며 아기 곰 꼬마도 자유를 꿈꿔요.

## 달려라, 꼬마 ##

(신경림 글/바우솔)

웅덩이 위로 떠 오르는 특별한 동그라미.. 바로 달이 둥실 떠오르고 그 달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게 되죠.

달을 타고 담장을 넘어 개울을 건너 숲을 향해 달려가는 아기 곰 꼬마. 그 먼 길을 달려 어디로 가고 싶었던 걸까요?


어두컴컴한 동굴 속의 기찻길을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곰의 뒷모습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와 비슷하지 않나요? 때로는 두렵고 겁도 나지만 나아가야 할 곳을 향해 내딛는 우리의 모습처럼요.

마지막 시구절이 오랫동안 가슴에 아리게 남아 있어요.

‘나도 함께 달리고 싶은 아기 곰아’  

## 동그라미의 가르침 ##

우리는 살면서 주로 두 가지 형태의 선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어요. 바로 직선과 동그라미. 곡선이죠. 직선과 곡선은 비슷한 듯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직선이 개척이고 진취라면 곡선은 조화이고 포용이지 않을까요? 직선이 밖으로의 내달림이고 외부로의 뻗침이라면 곡선은 안으로의 돌아봄이고 내면을 향한 다독거림인 거죠.

곡선, 이 동그라미는 어느 한 지점을 잘라내더라도 그 점이 다시 출발점이자 종점이 되는데요.

오늘 이 특별한 동그라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모두 잠재된 무한의 원형성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동그라미라고요. 

## 부모와 아이 사이. 영원한 평행선  ##

부모와 아이 사이에도 영원한 평행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분명히 같은 상황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고 있지만 부모와 아이 모두 끝이 보이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은 서로가 ‘내 마음’만 전하고 싶고, ‘내 마음’만 알아줬으면 하고 바랬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아이가 바라는 ‘아이의 마음’에 집중해보면 어떨까요? 평행선 너머의 아이가 내미는 손을 살포시 잡아보세요.

아이가 내미는 손을 진정으로 잡아줄 수 있을 때 내가 보는 세상과 아이가 보는 세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완전한 소통.

부모와 아이 사이에 사랑으로 충만한 커다란 동그라미가 만들어질테니까요.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