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 영화’하면 떠오르는 배우, 바로 찰리 채플린일 것이다. 무성 영화란, 인물의 대사나 음향 효과음 없이 영상만으로 된 영화로서 언어의 차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인데, 찰리 채플린, 그는 무성 영화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흑백화면에 표정과 몸짓만으로 전달해야 했지만, 영화 속에는 자본주의의 풍경, 자본과 권력에 대한 비판, 삶과 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상황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길이 남을 위대한 대작으로 남겨진 그의 이념이 담긴 걸작들을 만나보자.


<시대의 걸작들>

그는 88세에 눈을 감을 때까지 정식 개봉작 기준으로 6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첫 장편 영화 <키드(Kid)>는 올해 개봉 100주년을 맞았고 CGV에서는 100주년 기념으로 ‘채플린 특별전’을 진행했다. 약 2주간 <키드>외 ‘황금광 시대(1925)’ ‘시티라이트(1931)’ ‘모던 타임스(1936)’ ‘위대한 독재자(1940)’ ‘라임라이트(1952)’ 등 열 편을 재개봉하였다.

1. <키드> 찰리 채플린의 첫 장편 영화이다. 일인다역을 소화한 온전히 찰리채플린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무성 영화였기에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과장된 표정 연기를 통해 정서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하며 코미디영화를 가치 있는 예술로 승화시켰다. <키드>의 내용은 전형적인 서민의 모습, 특별한 직업도 없이 떠도는 키 작은 남자가 남루한 2층 단칸방에 혼자 살던 어느 날,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며 어쩔 수 없이 기르게 된다. 힘들게 생계유지하며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둘은 어느새 진정한 부자지간이 되어가던 중 친엄마의 등장으로 경찰에게서 아이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 슬랩스틱의 웃음 코드와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다. <키드> 영화의 내용은 찰리 1편에 만났던 어린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유년 시절 겪은 가난과 보육원을 오갔던 모습을 반영한 자전적 영화라 할 수 있다.  

<키드>포스터 출처: CGV 홈페이지

2. <황금광 시대> 1925년 발표된 이 영화 역시 찰리가 감독과 제작을 맡은 영화이며, 찰리가 직접 내레이션을 했던 작품이다. 여기에서도 떠돌이, 방랑자 역할로서 황금을 찾기 위해 꿈을 품고 알래스카로 간다. 찰리는 살인범 ‘블랙’의 오두막에서 금광을 찾았다는 ‘맥케이’를 만나게 되며 오두막으로 향한다. 강추위와 폭설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게 되고 오두막에 갇히게 되고, 점점 먹을 것이 다 떨어지며 배고픔에 시달리다 못해 찰리는 구두를 썰어 먹고 구두끈을 스파게티처럼 말아 먹는 명장면을 탄생시킨다. 상황이 심각하나 찰리의 코믹한 연기로 슬프지만 유쾌하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실제로 19세기 말에 많은 사람들이 금을 캐기 위해 산을 올랐고, 160명 중 18명만 살아남은 자료를 바탕으로 시대적 배경을 풍자해 영화를 만들었으며, 구두를 썰어 먹는 명장면 또한 1946년 산맥을 넘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가족들이 산속에서 조난을 당하고 식량문제에 시달리며 생존을 위해 시체를 조리해 먹은 식인풍습과 관련된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비극을 희극화하는 코미디에 대한 그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황금광 시대> 포스터 출처:CGV 홈페이지 / 영화 스틸컷


3. <모던 타임스>에서는 중절모와 헐렁한 바지 대신 노동자 복장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온종일 나사 조이는 반복된 일을 하며, 익숙해지다 못해 학습되어 일상에서도 실수하게 되는 일들이 생겨나는 에피소드의 내용으로 단순 반복 작업이 인간의 몸과 정신의 피해는 물론,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현실을 그려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미국의 주가가 대폭락하며 경제 대공황이 시작되는 시기로, 열심히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먹을 것이 부족한 하층민의 빈곤함과 이것을 묵도하는 산업화 시대에 사회적 문제를 풍자한 영화이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장시간, 단순 반복 작업이 인간의 몸과 정신의 피해는 물론,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힘든 상황을 슬랩스틱의 연기로 희극화 시킨 영화 <모던 타임스>. 영화 사상 최고의 블랙 코미디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모던타임즈>는 디지털 복원판으로 2003년 56회 칸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모던타임즈> 영화 스틸컷
사람들에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어둠 대신 빛을, 눈물 대신 웃음을 찾아주고자 했고 비극의 상황에서도 희극을 보려 하는 그의 사상은 매 작품에 이념과 정신이 녹아있다. 그리고 말년에 그는 '리틀 트램프' 떠돌이, 방랑자 신사 연기를 그만두고 새로운 역할들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영화들은 <무슈 베르두> (1947), <라임라이트>(1952) 등이 있다.


<왼손잡이 첼로리스트>

찰리의 연기가 돋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상황에 맞는 탁월한 음악이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인 아버지를 보고 자란 채플린은 어려서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을 독학하며 음악에 열을 올렸고 영화계에 발을 놓기 전에는 첼로와 바이올린의 왼손잡이 솔로이스트로 많은 연주회를 하며 생활하기도 했다. 이렇듯 찰리의 삶에는 늘 음악이 함께 했다. 

그는 감독이자 배우이자 제작자이자 작가이자 늘 함께한 음악으로 영화음악까지 담당하여 무성 영화 시대의 아이콘이라 불렸다. 무성 영화 속 유일한 소리가 음악 소리인 만큼 그 중요성이 큰데, 일찍이 영화 속 음악 활용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시티라이트> <모던타임즈> <살인광 시대> <라임라이트> 모두 챨리채플린 스스로 곡을 썼으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모던타임즈>의 오리지날 사운드트랙이 최초로 LP 발매가 되었다. 전 세계 1,000장 한정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모던 타임스> LP 출처:굿인터내셔널


<쫓겨난 떠돌이 방랑자>

찰리에게 할리우드는 가난을 벗어나게 해 주었고, 영광도 안겨줬다. 그러나 영화계에서 성공했음에도 그의 개인적인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성인이 된 후에도 파란만장했다. 그는 네 번이나 결혼하기도 했으며, 그뿐만 아니라 영화제작에 있어 사회적 문제와 정치적인 민감한 문제에도 귀를 기울이며 히틀러를 풍자한 <위대한 독재자> 외 <살인광 시대>를 발표하면서는 여러 스캔들과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공산주의자로 몰리며 상영이 금지되기도 하고 1952년에는 잠깐 <라임라이트> 영화 홍보를 하러 간 동안 공산주의로 오해한 미국에서는 입국을 금지해 1972년 4월, 20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와 아카데미 특별상을 받게 되었다. 추방되었을 당시 찰리는 스위스에 자리를 잡았고, 지금도 스위스에는 융프라우 얼음동굴에서 찰리 채플린의 얼음 동상을 만날 수 있고, ‘채플린 월드 박물관’에 채플린의 일생을 만나 볼 수 있다.

세기가 변해도 전설로 남아 영화와 명언으로 지금도 감동을 주는 찰리 채플린 그의 삶은 눈물과 웃음, 비극과 희극 그 자체였다. 아마 모두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찰리 채플린 그의 코미디를 통해 우리도 비극 속에서 희극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화로 남겨진 그의 삶과 사상을 만나며 희극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