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내 존재가 소중히 여겨지는 경험이 쌓일 때 아이들은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할 때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반면 나라는 인간이 다른 것과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가치한 인간으로 생각되겠죠. 불안한 시대에 아이들이 ‘행복’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 하우메 코폰스 l 그림 메르체 갈리 l ㈜동심


『똥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똥의 가치와 창조성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아니, 똥이 어떻게 창조적일 수 있냐고요? 


누구나 먹고, 누구나 똥을 눕니다. 동물도, 곤충도, 물고기도 모두 모두…

아이들은 어쩌면 배변훈련을 처음 시작하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내 몸에서 나온 일부인데 왜 어른들은 저렇게 더럽다고 호들갑이지?’라고 말이죠. 


하지만 배변 행위는 대단한 창조행위입니다. 똥을 눌 때 자기 내면의 무언가를 쥐어짜서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격렬한 노동과도 같은 행위죠. 자신이 만들어 낸 뿌듯하고 대단한 무언가가 ‘똥’ 이 됩니다. 더럽다고 생각한 것은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죠. 


오래전 시골에서 농사짓던 어르신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어요. 


“자기가 눈 똥 3년만 안 먹으면 병이 난다.” 


바로 이 말은 모든 가족, 동네 사람들의 똥으로 거름을 만들고 그것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또다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건강하다는 뜻이었대요. 그런데 지금은 내 똥은커녕, 누구의 똥도 지저분하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생각되죠. 아이들에게 배변 행위를 거부와 단절로 생각하게 된다면 어떤 감정이 싹틀까요? 


자신이 세상에 내놓은 무언가에 대해 좌절된 경험을 하게 되죠. 거기다가 존재감이 바닥을 치게 되고, 부끄러운 존재라고 스스로 여길 수도 있어요. 


똥이 마려우면 후다다닥 화장실로 달려가요 

이럴 땐 누가 응원을 해주면 도움이 되더라고요 

모두 내 똥을 보고 기뻐하고 있어요.

손을 씻기 전에 난 똥에게 작별 인사를 해요  

『똥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본문 중에서


이 책의 주인공처럼 아이들에게 배변 행위를 대단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칭찬해주어야 해요.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도록 말이죠. 


글·그림 프랑수아즈 수티프 l ㈜동심

다음 책은 『큰일 났어요! 호랑이가 탈출했대요!』입니다. 

작가인 프랑수아즈 수티프는 프랑스 서부에 있는 도시 렌(Rennes)에서 플라스틱 미술을 공부한 후 파리 교외의 한 대학에서 플라스틱 미술을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하고 있어요. 책의 영감을 여행과 가르침에서 얻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호랑이가 동물원에서 탈출했다네.”는 첫 페이지가 시작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에요. 호랑이가 탈출했으니 얼마나 무섭겠어요. 다들 겁에 질리고 안전한 곳이 없다고 떨고 있어요. 그리고 그 위험한 호랑이가 서서히 어슬렁거리면서 다가오는데…


서커스단에서 탈출했다던 ‘호랑이’ 소식에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누나, 형 모든 가족이 두려워하고 있던 그때! 나타난 바로 위험한 ‘호랑이’ 녀석은 바로바로…귀여운 아기 호랑이였죠. 호랑이 옷을 입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 말이에요. 가족 모두가 아이 하나로 호들갑을 떨죠. 


사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존재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에요. 자신을 소중히 생각해주는 가족이라는 세계 속에서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게 되죠. 위험하지만 귀여운 아기 호랑이처럼요! 


『네가 개코원숭이가 되었을 때?』 역시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어느 날 아침 깨어 보니 개코원숭이가 되었다면? 앞으로 길고 힘든 하루가 될 거야’라고 선언을 하듯이 시작됩니다. 


글 로레다나 발디누치 l 그림 파비오 사르도 l ㈜동심


능숙하지 못하고 서툴기만 한 아이를 개코원숭이에 비유한 거겠죠. 식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옷을 제대로 입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힘들어하는 개코원숭이. 

우리 모두 이런 ‘개코원숭이’ 시절이 있었잖아요. 
아무리 점잖게 격식을 차리면서 살고 있지만 모든 인간의 시작은 난장판 혹은 천방지축이었어요. 
개코원숭이로 사는 것도 힘들고, 개코원숭이를 키우는 것도 힘들죠. 아이의 입장, 부모의 입장이 모두 드러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부모님의 화는 곧 풀릴 테니까.
개코원숭이로 사는 게 힘들다는 걸
마음 깊이 알고 계시거든.” 
『네가 개코원숭이가 되었을 때?』 본문 중에서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행복’합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온전한 인정과 받아들임으로 세상을 살아갈 만한 재밌는 곳으로 인식할 테니까요. 자존감은 향상할 수 있는 부분이며, 몸의 근육처럼 단련시키고 키울 수 있는 내적인 힘이랍니다. 

아이들은 내가 의미 있는 존재이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믿음으로 세상을 향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어요. 아이의 내면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팽창할 것입니다. 자기를 근사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면서요. 


동심책방

동심연구소가 우수작가와 함께 하는 ‘동심책방’은
책을 통한 공감과 이해, 질문과 상상을 통한 행복하고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선물합니다.

[글] 김소라 작가
골목책방 ‘랄랄라하우스’ 대표, 2018 홍재문학상 수상, EBS 생각하는 콘서트 외 방송 출연 및 독서, 토론, 글쓰기 강연

[저서]
맛있는 독서토론 레시피(2013), 그림책은 재밌다(2015), 엄마의 그림책(2016), 비주얼씽킹 스토리로 말하라(2018), 바람의 끝에서 마주 보다(2020) 외 다수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