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오래 살다 오신 분과 대화를 나누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유럽 사람들의 교육 방법에 대해 논하게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유럽의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다른 근본적인 특징이 뭐라 보세요?"

그분은 한 문장으로 말했다.

 

"그들은요 아이의 감정에 어떤 변화가 생기면 즉시 물어봐 줘요"

"Child, How do you feel now? 라고요.“

------------------------------------

문화적 배경이 다른 

유럽의 아이들  

------------------------------------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몸을 구부리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물어봐 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말이 마음을 찔렀다.


"그 사람들 문화는 일반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라는 문화이고, 우리네 문화는 감정을 표현하면 무시하거나 억압하거나 혼내는 문화잖아요.“


뭐 색다른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뭔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무언가가 울컥 속에서 올라왔다. 나는 정말 나 자신만 봐도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나의 감정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Child, How do you feel now?" 그렇게 말을 건네준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없었다. 있었다 해도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기억에 남지 않을 만큼 내 마음을 읽어준 대상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

감정을 억압시켜 온 문화  

------------------------------------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들도 감정이 있고 때로 어른 앞에서 화를 낼 수도 있으나 대부분 아버지라면 "Child, How do you feel now?" 가 아니라 "너 뭐하냐? 엉? 너 지금 뭐 해? 어른 앞에서!"라며 오히려 분노하는 아이에게 더 불을 지르던지 분노를 억압하라고 할 것이다. 그런 아이는 커서 불만이 생길 때마다 자기가 학습한 것을 그대로 반복하게 될 것이다. 배운 데로 말이다. 


우리 문화는 어느 정도 슬픔이나 기쁨의 감정은 허용하지만, 사실 분노의 감정 그것도 어른 앞에서 아이가 느낄 수 있는 그런 분노의 감정은 상당히 억압 시켜 왔다. 그게 되지 않은 아이는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로 낙인찍히곤 했다.

 

일단 그렇게 아이를 키우게 되면 그런 아이는 속을 알 수 없는 아이가 되어 버린다. 슬픔도 분노도 억압하고 아닌 척하는 그런 아이 말이다. 이게 가정교육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런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체라 생각해보자. 아찔하다.


감정은 한없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지만 동시에 한없이 우리를 폭력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런 감정을 어린 시절부터 건강하게 표현할 줄 알고 자연스럽게 표출된다면 그런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아름답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면 내 아이도 사춘기 시절 말도 하지 않고 아빠에게 늘 꿍해 있던 모습도 돌이켜보면 "Child, How do you feel now?" 내가 그렇게 물어보지 않고 키운 결과가 아닐까 싶다. 늘 부모의 죄가 크기만 하다.

------------------------------------

감정을 공감해주고 

환영해주는 태도 연습 

------------------------------------


아이들은 어리기에 아직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어른들만큼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런 아이들이기에 더욱더 그들의 작은 몸짓 작은 말 한마디에 공감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런 공감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환영할 것이고 신뢰할 것이다.


어른들이 그렇게 자라지 못했다면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의무 아닌가?

"Child, How do you feel now?"

이 말이 그렇게 어렵던가? 어렵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배려가 담긴 그런 말을 듣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면 죽을 만큼 어려울 것이다.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부터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함께 노력해 보는 것이다. 

자! 얼굴에 미소를 띠어보자. 허리를 조금 숙여보고 무릎을 접어도 좋겠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Child, How do you feel now?,

아이야 지금 기분이 어떠니?“


행복을만드는교육

시대가 변화해도 여전히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가장 중요합니다.
‘행복을 만드는 교육’은 유아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 ‘중요한 발상’과 ‘실천’을 찾는 동심연구소의 노력입니다.

[글]
변상규교수 l 대상관계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


[저서]
네 안에서 나를 보다(2007), 마음의 상처 심리학(2008), 자아상의 치유(2010), 때로는 마음도 체한다(2014)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