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공식 포스터)

낮은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하늘과 땅 그 경계 어디에선가 한 여자아이가 가냘픈 몸짓을 흔들며 걸어 들어온다.
소리와 고요 사이에 서 있는 아이
‘다름’으로 외로워 본 적이 있는가?나만 다른 것 같은 불안감으로 인한 외로움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감정이다. 여기..작은 날갯짓을 하는 한 아이의 ‘다름’속으로 들어가 보자. 
#1. 나는 보리이다. (I am)
바닷가 마을에 사는 열한 살 소녀. 보리는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CODA: Children Of Deaf Adult. 청각 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녀)  초등학생 보리는 말로 하는 대화가 익숙하다.  하지만 수어로 소통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들리지 않는 문화와 들리는 문화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보리. 그래서 음식 주문을 포함한 타인과의 의사소통 대부분을 보리가 도맡아서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묘한 소외감을 느낀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들은 너무나 행복해 보이고 그들 사이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 같다.
#2. 나는 언어를 눈으로 보다. (See)
“예쁘지 않다”는 말을 수어로 옮기면 “예쁜게 없다”가 되는 것처럼 청인과 농인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사고도 가치판단도 다르다. 이 영화에서는 수어와 음성언어로 이뤄지는 모든 대화를 자막으로 표현했다. 보통 수어를 문자언어로 바꿀 때 음성언어의 문법에 따라 옮기는 게 통상적인 방법이라면 이 영화에서는 보이는 언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청인과 농인을 모두 배려한 베리어프리(barrier free)영화이기도 하지만 음성언어에 맞추지 않고 보이는 언어를 그대로 옮기는 행위를 통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농인과 청인 모두에게 평등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소통의 도구로 등장한 각종 SNS도 일방적으로 생각날 때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쏟아내는 일방통행의 도구는 아닐까? 소통의 방법은 소리를 듣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보리 동생 정우는 보리에게 전한다.
 ‘소리가 듣고 싶기보다는 친구와 대화하거나 친구가 수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진정한 소통은 농인과 청인의 관계를 떠나 그 속에 담긴 서로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마음 공감’ 이다.
#3. 나는 보리. 소원을 통해 세상을 발견하고 날아오르다.(Flynig)
매일 아침 학교에 등교 전 보리는 무엇을 그토록 원했을까?  따뜻한 바다, 언제나 즐거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집.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보리네 가족이 느끼는 현실의 무게는 보리가 들리지 않는 연기를 하는 시점부터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다. 보리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차피 듣지도 못한다”며 보리를 외면하는 친구들과 옆에서 수군대는 어른들. 보리는 달라진 주변 반응을 통해 이때까지 농인 가족들이 겪어온 차별의 현실을 몸소 체험한다. 감독은 보리가 농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인지하는 과정을 통해 농인을 대하는 청인의 자세에 대한 문제점을 영화를 통해 솔직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자주 다른 사람을 내 마음대로 판단하고 결정지어버린다. 보리도 어쩌면 그랬는지 모른다.  소리를 잃는 경험을 통해서 보리는 가족을 그리고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축구도 잘하고 주변에 친구가 많아 아무 문제가 없다고만 알았던 정우가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과 장애가 있는 엄마는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하게만 사는 줄 알았던 아빠도 힘든 어린 시절을 겪었다는 것.. 그리고 친구 은정이의 고백을 통해 우리 가족의 관계를 부러워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가족들의 마음과 상황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함으로써 보리는 진정으로 내가 아닌 타인과 소통하게 된다.
나 안들리는거 슬프지 않아? 똑같아. 들리든 안들리든 너는 내 예쁜 딸이야. 
아빠가 보리에게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어린 아이의 고민에서 출발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외로움’과 ‘다름’을 이야기하고 이것을 해소하는 가족간의 따뜻한 사랑으로 표현했다.  감독은 보리의 가족이 보여주는 일상 속의 행복은 자연스럽게 우리와 다르지 않으며 우리 모두 함께 사는 삶이라는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소리가 있는 세계와 소리가 없는 세계는 하나의 상태일뿐이다. 
우리는 다르지 않다. 나는 당신과 똑같다. 
(출처: 공식 포스터)
눈으로 보는 언어인 수어-영상으로 한 번 배워 보자.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