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의 시간, 함께 들었던 노래, 늘 지나다니는 길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우리에게 익숙하다는 것이지요. 지난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노래 중의 하나는 이적의 『당연한 것들』이에요.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이 떠올라 많은 이들이 눈물짓곤 했지요. 당연한 것들의 또 다른 이름은 ‘익숙한 것’이 아닐까요? 이 익숙한 것들이 소중한 이유는 저마다의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 삶에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림책을 소개할게요.


글·그림 | 듀브라브카 코라노빅 | ㈜동심 

우리에게 익숙한 ‘친구’에 관한 그림책이에요. 친구에 대한 정의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정의 속 공통적인 친구의 뜻은 ‘어려움과 힘듦도 서로 나누고 돕는’일 거예요. 『진정한 친구』는 여우와 기러기가 우정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우정이란 무엇이며 친구란 무엇인지 아이들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이랍니다. 


여우와 기러기가 기차를 타고 오르막과 내리막도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은 두 친구의 역사라고 할 수 있어요. 친구 사이의 역사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답니다. 숨 가쁘게 오르는 오르막도, 쌩쌩 달리는 내리막도 함께하는 것이 바로 친구의 의미이고, 그 역사가 바로 우정이 되는 것이랍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조금씩 나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친구와 우정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마지막에 여우와 기러기가 서로를 꼭 끌어안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무엇을 떠올릴까요? 우리 아이들과 친구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까요?


그림 | 길레르미 카르스텐 | ㈜동심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중 다른 하나는, 함께 불렀던 '노래'일 거예요. 누구든지 과거에 불렀던 노래 중 세월이 흘러도 잊지 않는 나만의 노래가 하나쯤은 있지요. 그 노래가 익숙하게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노래에 얽힌 추억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에요. 『노래가 주는 것』의 아빠와 나도 마찬가지랍니다. 아빠는 노래가 주는 여러 가지 힘을 이야기해요.


아빠의 말처럼, 분명 노래에는 힘이 있지요. 힘과 희망을 주고,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바로 그것이에요. 노래가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노래를 통해 공유하는 세대들의 추억과 그들만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의 멋진 여행에는 늘 음악이 함께하지요. 아빠는 노래가 아주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요.”


주인공의 말처럼 삶이라는 여행 속에 누구든 함께하는 노래가 있어요. 이 책의 주인공도 노래가 주는 것을 느낄 수 있던 이유는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의 힘인 것 같습니다. 나만의 추억이 담긴 노래는 무엇인가요?


글 | 박혜선 그림 | 신진호 | ㈜동심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또 다른 추억이 담긴, ‘마을길’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길은 우리 삶에 익숙한 것들 중의 하나인데요, 이 책을 읽으며 읽는 이들은 잔잔하고 느린 호흡으로 길의 역사를 따라가 볼 수 있지요. 


‘길’이라는 것은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것이지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모든 길에는 저마다의 역사가 있답니다. 마을길도 마찬가지에요. 느티나무 한 그루와 함께 시작했던 마을길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정다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라지는 길에도 분명 함께했던 추억, 역사가 있었다는 것이죠.


노부부가 ‘구절초가 하얗게 피던 마을길’을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는 어느새 마을길에 감정을 이입하여 읽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아이들의 호흡이 책의 잔잔하고 느린 호흡을 닮아가는 걸까요? 


우리는 흔히 삶을 길에 비유하곤 하죠. 길에도 역사가 있듯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익숙한 나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답니다. 익숙한 것을 다시 살펴보는 것의 의미가 바로 여기, 『마을길』에 있어요.


친구와의 우정, 가족의 추억, 늘 지나다니는 길이 그러한 것처럼, 익숙한 것들은 어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일 수 있어요. 이들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것은, 어쩌면 지나치기 쉬웠을 모든 것들이 사실은 저 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또한, 바쁜 삶을 지내다 보면 잊을 때도 있지만 우리 모두는 오늘도 저 마다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중이에요. 우리 삶에도 아름다운 역사들이 함께하길 바래요.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