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당신은 지금 어떤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가. 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편안하고 쾌적함을 주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단순한 물리적 요소들을 넘어 우리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고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욱 더 멋질 것이다.

 아래는 하나의 예술작품이자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인 건축물 두 개를 소개한다. 이 건물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있는 공간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보자.

<기린 보육센터(출처:혼델라테 라포르테 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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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안에서 벗어난 기린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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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는 ‘기린 보육센터’가 있다. 여러 빌딩 사이에 눈에 띄게 거대한 기린이 건물을 뚫고 나와 있다. ‘혼델라테 라포르테 아르키텍테(hondelatte laporte architectes)’ 팀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용해 도시 풍경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목표로 디자인한 보육센터이다. 

 나와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지금 이곳이 때로는 제약이 되거나, 아이가 상상하는 것들에 한계를 두는 요소는 없어야 할 것이다. 기린이 건물이라는 틀 안에서 벗어나듯 우리의 공간들도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그리고 특히 아이들의 몸과 마음, 날개를 펼친 상상력과 사고가 우리 ‘어른들’이라는 틀 안에 갇혀 지내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할 것이다.

<기린 보육센터(출처:혼델라테 라포르테 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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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더불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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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에는 ‘간디아 UPI 유치원’이 있다. 이 건물은 자연환경을 최우선으로 하여 디자인되었다. 파레데스 페드로사(paredes pedrosa)의 건축물로 부지에 있는 뽕나무 여섯 그루를 살리기 위해 요리조리 피해 설계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구름 모양의 운동장이 생겼다. 모든 교실은 운동장이 보이도록 설계되었고 아이들은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를 통해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간디아 UPI 유치원(출처:파레데스 페드로사 제공)>

 아이들은 매일 나무들과 함께 살아간다. 매일 나무를 볼 수 있고 나무의 모습을 통해 모든 계절을 감상하고 느껴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과의 교류를 일상화하게 될 것이다. 건축가가 건물을 지을 때 나무 여섯 그루를 지켜내었듯 이 여섯 그루의 나무들 또한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 주는 듯 하다. 

<간디아 UPI 유치원(출처:파레데스 페드로사 제공)>

 우리의 교무실, 원장실은 대개 이러하다. 빽빽한 전공 서적과 평가 관련 자료들이 둘러싸고 있거나 언제든 작업하기 좋도록 크고 각진 테이블이 놓여 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응급 의약품들이 갖추어져 있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각자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적당하고 다양한 공간일 것이다. 늘 멋지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거나 훌륭한 건축물이 아니어도 좋다. 눈에 잘 띄는 곳에 꼬깃한 손 편지들이나 활짝 웃고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미소가 게시되어 있을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충분하다. 

 내가 있는 공간은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가. 지금 여기, 가치로운 것들이 충분한 그곳에서 아이들뿐만 아닌 나를 위한 시간 또한 맘껏 누리고 활용해보길 바란다. 우리의 생각과 꿈이 정해진 틀을 넘어 마음껏 나아갈 수 있다면, 교육자로서의 나를 넘어, 내가 ‘나’다워지고 아이가 ‘아이’다워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고 무엇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공간일 것이다.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