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사말이 있다. 바로 ‘밥은 먹었어?’의 질문이다. 헤어질 때도 ‘다음에 밥 한번 먹자’ 고마울 때도 ‘나중에 밥 한번 살게’ 그러나 이 말이 실제 식사 약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왜 밥 먹자고 빈말을 할까? 가난하고 먹을 게 없던 시절에는 ‘밥 먹었냐’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인사말이었다고 한다. 밥을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던 시절 밥 먹자고 하던 약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빈말처럼 들리는 ‘밥먹었니?’는 안부 인사로,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반가움의 표현으로 먼 길 떠나는 이에게는 ‘밥 잘 챙겨 먹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텐 ‘한솥밥 먹는 식구’라고 하기도 한다. 심지어 혼낼 때도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며 혼내기도 하고 ‘밥맛이야’ 같은 말로 싫은 내색을 하거나 뭔가 망쳤을 때조차 ‘다 된 밥에 재 뿌린다’며 비유하기도 한다.


밥은 이렇게 많은 마음을 표현한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밥을 지어주는 예능도 참 많다. 마음고생 많았을 이를 초대해 밥을 지어주며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추억의 음식을 만들어주며 위안을 나누기도 한다. 삼시세끼 스스로 만들어 먹는 일이 예능이 되어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수미산장' 출처:KBS공식홈페이지

김수미를 비롯한 4인의 산장지기들이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는 게스트를 고즈넉한 숲속 산장으로 초대에 바쁜 삶에서도 식사 한 끼 거르지 않도록, 조용한 산장 속에서의 한끼로 일상을 벗어나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추억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준다. 따뜻한 집밥으로 위로와 위안을 나누는 힐링예능 프로그램이다.


'밥블레스유' 출처:Olive공식홈페이지

일상에 지친, 사소한고민 생활 밀착형 고민을 4명의 패널들이 4인4색 각자의 방식으로 공감한 후 고민 맞춤형 음식을 골라 처방해주는 푸드테라피, 고민 맞춤형 처방음식을 대리먹방으로 나눠먹으며 연륜이 담긴 조언들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고민의 사연을 밥과 웃음으로 위로한다.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프로그램이기도 한 밥블레스유는 현재 시즌2까지 제작되었다.


'밥은먹고 다니냐-밥심' 출처:SBS Plus공식홈페이지

충전이 필요한 게스트들이 사연이 담긴 음식을 예약하면, 사장이자 주방장(강호동)과 알바생(남창희)가 소울푸드를 직접 요리해주며 밥심을 충전시킨다. 살면서 어렵고 힘든 순간들은 생기기 마련이다. 인생의 다양한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던 속사정을 털어놓는 토크쇼로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밥심으로 충전시킨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한국인의 밥 문화는 단순히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밥’이라는 건 추억이자, 지역의 문화이자, 마음의 물꼬를 트는 일이자, 위로이자 휴식이자 힐링이 되고 있다. 밥을 함께 나누며 마음속 이야기까지 풀어놓게 한다.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변하게 되었고, 혼밥이 늘어났지만, ‘다음에 밥 한번 먹자’의 인사가 빈말이 아닌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