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평범한 일상이다. 

집에서 출근해서 저녁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 남들이 다 누리는 평범한 일상들이지만 이런 평범한 삶이 주는 행복을 잔잔하게 그림으로 그려내는 할머니가 있다. 

그림 할머니. 오늘은 잠시 그녀의 인생과 그림 이야기에 들어가 보자.

**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 

91살의 할머니를 그린 <나의 자화상> 

<출처: 김두엽화가 공식 블로그>

“오늘도 그림을 그려요. 내일도 그릴 거에요. 그림이 주는 행복이 크기에, 힘들어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일제 강점기였던 1928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녀는 해방 다음 해인 1946년에 가족과 함께 귀국했다. 우리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해 시집살이하며 가난한 삶 속에서 딸, 아들을 낳아 길렀다. 애정이 없는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팔십이 넘도록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며 살았다. 83세가 되던 어느 날, 심심풀이로 사과를 그렸다가 아들의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 매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거창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들과 대화할 주제가 생긴 게 좋았고 누군가에게 받는 칭찬이 즐겁고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즐거웠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리는 일이 즐거워서 계속했을 뿐이다.
“나는 매일 두 눈에 꽃을 담고, 그 꽃을 그리며 살아요. 꽃과 함께 살고 꽃 그림을 그리며 살고 그렇게 마음에 꽃을 품고 살아가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머니입니다”
** 화가 모자(母子). 평범한 일상의 행복 ** 
김두엽 할머니는 오늘도 막내아들이 만들어준 작은 나무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아들의 칭찬 한마디에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림 공부를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만 늘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막내아들.
김두엽 할머니의 막내아들 이현영 작가 역시 제3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과 올해 봄 전남 미술상을 수상하며 다수의 전시회를 개최할 만큼 실력 있는 화가이다.<강아지들> <일출>
<출처: 김두엽화가 공식 블로그>

그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였지만 끊임없이 좋은 그림 한 점을 그려내야겠다는 열정으로 자연의 모습을 점묘화로 표현한다. 수많은 점이 모여서 형상을 이루는 노고의 과정으로 이루어내는 작업이다. 그는 개미 떼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점으로 그림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점에서 시작되고 모였다가 형상이 되고 다시 흩어져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온종일 택배 일을 하면서 틈 날 때마다 전시회 준비를 하고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택배 배달을 하는 이유는 그림을 팔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 말자는 의미라며 건강한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는 게 그의 가장 큰 인생 목표다.

수많은 세월을 그의 뒤에서 묵묵하게 뒤에서 지켜보고 응원하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림이 안 팔리는 만큼 아들이 더 안타까웠고 그림 그리는 화가라는 직업이 더 원망스럽고 싫어졌어요. 그런데 사람의 앞날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참이라는 걸 내가 보여주게 되었네요. 이제는 아들뿐만 아니라 엄마인 나도 그림을 그리고 있잖아요.”라고 말이다.

그녀의 그림에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따뜻하게 묻어있다.  특히 느지막이 장가를 간 막내아들과 막내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 그림들이 있다.

<나무아래서>

<출처: 김두엽화가 공식 블로그>  

할머니의 책 표지에 실린 이 그림은 아들의 하얀색 차, 며느리의 빨간색 차와 함께 세 식구가 옹기종기 앉아있다. 소박하지만 평온한 그들의 뒷모습을 통해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하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생일꽃> 

그리고 언뜻 보면 하트모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불꽃놀이처럼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생일 꽃’ 그림은 귀한 며느리의 생일을 맞이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던 시어머니의 마음과 정성이 느껴져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을 담아 그린 작품도 추천해주었다. 

할머니는 닭 그림을 자주 그린다. 행복하지 않았던 결혼 생활을 하던 그녀는 수탉이 암탉과 병아리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다정한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셨다고 한다. 할머니에게 닭은 ‘따뜻한 가족’이다.  여름휴가를 즐기러 삼삼오오 가족들이 바닷가에 놀러 나온 그림은 어딘지 모르게 귀엽고 정감 있다. 파라솔 밑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즐거워하는 느낌이 절로 느껴지는 그림이다. 신발을 벗어두고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가족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즐거워하는 마음이 느껴지는가.

** 나는 김두엽화가입니다. ** 

 <갤러리 M 내부>

올해 초, 모자(母子)의 그림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갤러리도 열었다. 

갤러리의 이름은 갤러리 M. 

전시시간_11: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 신재로 65 

엄마(Mother)의 M, 이현영 작가가 좋아하는 산(Mountain)의 M, 김소영 갤러리 관장(막내며느리)이 좋아하는 모던(Modern)의 M이라고 한다. 

김두엽 할머니의 그림은 과감하게 색을 조합했지만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감이 어찌 이렇게 아름답게 어우러지는지 신기해서 자꾸만 눈이 가는 그림들이다.

할머니는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그림이지만 그래서 더 자유롭고 과감하게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림은 이렇게 그려야 한다’ 라는 어떠한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할머니만의 방식으로 그려나간 작품 수만 300여 점이 넘고 막내아들과 함께 전시회도 10여 차례 열었다. 

최근에는 할머니의 그림과 인생 이야기를 엮은 첫 에세이인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도 나왔다.

<출처: 김두엽화가 공식 블로그>

“그림 그리는 게 너무 행복해요. 내일도, 내년에도 계속 그리고 싶어요. 그게 내 마지막 꿈입니다.” 라고 말하는 김두엽화가. 그녀에게 어쩌면 그림이란 생존을 넘어선 존재의 의미가 아닐까?

이현영 작가는 할머님의 건강이 괜찮으시다면 김두엽화가 100세 기념 전시회를 여는 것이 소망이라고 전했다. 화가 모자(母子)가 함께 삶을 살아가면서 채워나가는 화폭. 그리고 소박한 일상과 모자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 걸려있는 전시회가 꼭 개최되기를 소망해본다. 

** 인생에서 늦을 때란 없다 ** 

새로운 인생에 대한 도전보다는 너무 늦었다는 좌절감 때문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나 자신보다는 아이가 우선이 되어 새로운 도전이 쉽지 않은 현시대의 ‘엄마’들을 위해 그림 할머니 김두엽 화가는 인생에서 늦을 때란 없다고, 언제든 시작해도 좋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림 할머니의 도전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들여다보자.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는 것.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 답이지 않을까? 

그림 할머니의 그림을 보며 두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기 바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과연 그녀처럼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김두엽 할머니 영상 바로 가기>>https://youtu.be/lou-I3A9B-0


<동심연구소를 위한 응원의 메세지를 적어주고 있는 이현영 작가>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