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얼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 ‘어기'는 모두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대신 얼굴을 감출 수 있는 할로윈을 더 좋아한다. 다행히 ‘어기’가 태어난 가정은 ‘어기’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가정이었다. 27번의 수술을 통해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었고 부모님은 홈스쿨링을 통해 ‘어기’를 키워낸다.


원더 ㅣ 전체 관람가

개봉 ㅣ 2017. 12. 

배급 ㅣ CGV 아트하우스

‘어기’는 남과 다른 자신의 얼굴을 숨기기 위해 줄곧 우주인 ‘헬멧’을 쓰고 다닌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숨기기 위해 어기는 늘 ‘헬멧’을 선택했다. 하지만 ‘어기’도 안다. 언제까지나 그 ‘헬멧’안에 숨을 수 없다는 것을. 


‘어기’가 10살이 되자 가족들은 힘겨운 과정이 될 것을 알면서도 ‘어기’가 이 세상과 마주하기를 선택한다. 그렇게 ‘어기’는 가족의 사랑과 ‘헬멧’을 넘어 학교라는 세상에 발을 내디딘다. 영화 <원더>는 ‘어기’를 통해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 우리 모두를 헤아릴 수 있게 한다. 


‘어기’가 드디어 처음 학교에 가는 날 아침 엄마, 아빠, 누나는 ‘어기’를 학교까지 마중 하며 ‘어기’에게 지지를 표한다. ‘어기’는 이러한 사랑의 힘으로 자신이 쓰고 있던 ‘헬멧’을 벗고 학교 안으로 발을 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학교는 ‘어기’의 가족 같을 수 없다. ‘어기’를 괴물이라고 놀리고, ‘어기’와 접촉하면 병이 옮는다며 차별한다. 여기서 학교 친구들의 생태계가 묘사되는데, 학교 모두가 ‘어기’를 차별하는 집단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꼭 한두 명 정도의 아이가 ‘어기’를 몰아가고 친구들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편승한다.


‘어기’는 자신과 차별이 닿는 순간마다 좌절하게 된다. 이제 막 대화가 통하기 시작하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간다고 생각한 잭 윌이 자신을 차별로 대하는 친구와 함께 어울리며 똑같이 자신을 비하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보다 특별한 것은 ‘어기’를 중심에 두고 주변 사람들의 관점을 다양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어기의 친누나 ‘비아’는 ‘어기’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어기’로 인해 늘 양보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입장이어야만 했다. 그래서 ‘어기’는 태양이고 자신과 부모님들은 거기를 중심으로 두고 공전하는 행성이라고 묘사한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보다는 늘 어기의 아픔과 상처를 돌보는 것이 당연했다. 


이 와중에 ‘비아’에게도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누구보다도 친하다고 생각했던 단짝 ‘미란다’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 ‘비아’는 이러한 상황에서 무너지기 직전이지만 세상을 마주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동생을 위해 먼저 말을 건다. ‘어기’는 오늘 앞서 말한 ‘잭 윌’에게서 ‘만약에 내가 ’어기‘처럼 태어났으면 자살했을 거야’라는 최악의 발언을 듣고 말았다.   

“어기, 오늘 너 혼자 힘들었던 것이 아니야!” 

그러자 ‘어기’는 울면서 다시 누나에게 소리친다. 

“사람들이 누나를 피해 다녀? 우연히 닿았을 때 병 옮는다고 말해? 누나랑 나와는 달라 비교하지 마!”  

“어기! 네가 평범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이걸 알아야 해, 학교는 거지  같고 사람은 변해!” 


그리고 다시 영화는 ‘비아’에게 상처를 주었던 ‘미란다’의 시점과 ‘어기’에게 최악의 말을 전했던 ‘잭 윌’의 시점을 보여준다. ‘미란다’는 여름 캠프에서 ‘비아’를 사칭했다. 행복하고 넉넉한 집안 형편과 선천성 안면 장애가 있는 동생이 있다는 ‘비아’의 상황은 누군가에게는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였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한 덕분에 ‘미란다’는 여름 캠프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이러한 사실이 ‘미란다’는 마음에 걸렸기에 ‘비아’와 전처럼 대화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잭 윌’은 처음에는 부모님과 교장 선생님에 의해 떠밀리듯 ‘어기’와 친해졌지만 시간이 흐르고 ‘어기’의 외모가 아닌 마음과 진정한 능력을 보게 되면서 진심으로 ‘어기’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그날 ‘어기’를 차별하는 것에 동참했던 것은 다른 친구들 앞에서 괜한 허세를 부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오해와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며 영화는 감동을 주는 한 명 한 명의 감정과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 정도냐면 악역으로 출연해 계속 ‘어기’를 괴롭히고 차별하는데 앞장선 아이도 마지막에 가면 용서하고 응원하고 싶어지게 된다. 


이 영화는 소재부터가 감동, 눈물, 사랑, 가족, 친구, 위로 등등의 따듯한 이야기를 전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그리고 백인 가정을 중심으로 한 할리우드 가족영화의 클리셰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너무 비현실적인 동화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누군가가 피하고 싶은 세상을 마주할 때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놓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러한 사랑과 관심이라면 누구도 세상에서 함께 웃으며 당당하게 어우러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준다.   

 

어느덧 2021년이 성큼 다가왔다. 영화 『원더』 여느 해와 달리 길고도 지루한 코로나19로 마스크에 갇힌 12월을 보내며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에게 ‘어기’가 가르쳐준 희망과 용기를 품게 하는 연말 강력 추천 영화다.  


씨네리터러시

‘씨네리터러시’는 오래전부터 교육의 도구였던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동심연구소가 추천합니다.

[글]
류승진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 및 미디어교육 전문가

[작품]
독립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제5종보급품’ (2018년DMZ영화제입상) 외 다수 영화 제작 및 아트퍼포먼스 제작

[사진]
CGV 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