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삶은 날이 갈수록 편리해지고 빨라진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바로 핸드폰만 집어도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다. 우리는 직접 얼굴을 보지 않고도, 혹은 목소리조차 듣지 않고도 서로의 생각을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자연에 감사하고 그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사찰의 삶의 방식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연 속의 삶을 그리워하는 모순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자연 속의 삶을 그리워하다.

 그래서 종교적인 이유와 무관하게 시간을 내어 일부러 휴일에 자연 속에서 우리와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스님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템플 스테이(temple stay)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스님들의 삶.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발우공양. 스님들이 평소 식사하는 것을 '발우공양(鉢盂供養)'이라고 한다. 

불가에서 공양할 때 외는 다섯 행의 게송. 공양도 사찰의 의식이자 수행이다. 하나의 음식이 상에 올라오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정성과 공이 쌓였으므로 이를 통해, 자신의 허물에서 비롯되는 온갖 탐욕을 버리고 육신에 바른 생각이 깃들도록 하는 약으로 삼아 도를 이루기 위해 몸을 낮추어 먹겠다는 의미다.

바로 쌀알 하나도 그것을 지어낸 이의 공덕을 헤아려 버림이 없도록 하는 그 마음은 음식으로 배보다 정신과 마음을 채우는 스님들의 수양덕목인 것이다. 또한, 그 속에는 자기의 그릇은 자기만이 쓸 수 있도록 하는 청결함과 모든 이가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다는 평등사상도 포함되어 있다. 

(출처: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사찰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일 또한 수행의 한 과정이다. 그래서 먹거리에 삼덕(三德)이라 하여 ‘정결, 경연, 여법의 세 가지 덕을 갖추어야 한다’ 라고 강조한다.

삼덕(三德) = 정결. 경연. 여법의 세 가지 덕 

정결함이란 청정한 채소를 사용하는 것으로 인공조미료나 식품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음을 뜻한다. 음식 재료는 물론 음식을 담는 그릇이나 마음 모두 정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정’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음식을 만들 때 필수적인 요소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의 청정은 건강과 직결되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생활패턴의 다양화로 인해 공장에서 만든 인스턴트 식품과 배달음식이 범람하고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음식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음식의 ‘정결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경연함이란 섬유소가 많은 단단한 음식을 입에 맞게 부드럽게 조리하도록 노력함을 의미한다. ‘3030 식사법’을 혹시 아는가? 3030 식사법이란 음식을 입에 넣은 다음 30번 이상 씹고 넘겨  식사시간을 30분 이상 유지하라는 것이다. 예전 음식은 한 끼에 6천 번을 씹었는데, 최근에는 200번밖에 씹지 않는다고 한다. 부드러운 음식이 늘어난 탓이다.  최근 한 정신과 전문의는 “씹을 게 없으면 껌이라도 씹으라”며 씹기를 강조했다.  

여법이란 불법에 의거한 바른 생활을 말하는 것으로 조리 시 양념을 종류별로 순서에 맞게 넣으며 그 양도 적당히 골고루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자연의 순리에 맞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몸에 이롭게 만든 것이 바로 여법한 음식이 아닐까? 단맛,짠맛,신맛이 나는 장류를 적절하게 활용해서 적은 양념으로도 음식의 맛을 살려 여법의 원칙을 지킨다. 무엇보다 쌀을 씻은 물을 버리지 않고 모두 활용할 정도로 음식재료에 대한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를 강조한다. 

청정한 마음, 자비로운 마음, 수행하는 마음

사찰음식에는 이처럼 ‘청정한 마음’, ‘자비로운 마음’, ‘수행하는 마음’이 들어있어서 그 맛이 담백하면서도 그윽하고 신선한 맛을 낸다. 이 사찰음식을 통해서 혼탁한 마음이 맑아지고 번민과 번뇌가 없어져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사찰음식은 전체식(全體食)을 지향한다. 하나도 버리는 부분 없이 모두를 먹는다는 말이다. 이는 먹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 식물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그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자기 몸을 들여다보면 내 건강이 보이고 그렇게 되기까지 나의 욕망과 습관이 보인다. 사찰음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너무 과하게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모두가 앞만 바라보고 달려가며 풍요와 쾌락을 추구할 때 잠시 숨 고르기를 해보자. 무언가 부족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늘 가득 차 있어야 하며 넘쳐도 아까운 줄 모르고 늘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 마음 때문에 우리는 삭막해지고 마음의 병을 얻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법정 스님의 ‘텅 빈 충만’이라는 책에 실린 글귀 한 구절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