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영국의 귀여운 여자아이인 “샬롯”은 장난감회사인 LEGO에 편지를 보내요. 삐뚤빼뚤 손으로 써 내려간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나는 레고가 좋아요. 그런데 왜 남자 피규어는 많지만, 여자는 찾기 힘든 거죠? 또 여자 피규어는 집이나 해변에 앉아있거나 쇼핑을 하는데, 남자는 직장에 가고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심지어 상어와 함께 수영해요. 모험하면서 즐거워하는 여자 캐릭터도 만들어주세요.”라고 말이죠.

(출처: 여성신문) 

그래서 레고는 여성 과학자, 탐험가 세트 등을 출시하기 시작해요. 레고 사상 최초의 여성 과학자 세트는 입고와 동시에 매진될 만큼 인기였죠.

요즘 장난감 업계는 이런 성별 고정관념을 허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세계 최대 완구업체 마텔은 미국의 만화 제작사 DC 코믹스의 여성 영웅과 악당들을 액션 피겨로 만든 ‘DC 슈퍼히어로 걸스’를 내놓아 큰 호응을 얻었죠. 미국 1위 유통업체 아마존 역시 어린이용 완구 분류 중 ‘남아용’,‘여아용’과 같은 성별 분류를 폐지했고요. 

우리 어른들은 이렇게 아이들에게 ‘여자다움’, ‘남자다움’이 아니라 ‘아이다움’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

여기 메리라는 여자아이가 길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의 표정이 어떤가요?

(키스 네글리 글/원더박스) 

언짢은 표정, 당혹스러운 표정, 화가 난 표정.. 아주 다양한 표정들을 지으며 메리를 쳐다보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사실 유럽과 미국에서는 19세기만 해도 여자아이들이 바지를 입을 수 없었대요. 남자는 바지, 여자는 드레스 이렇게 딱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린 메리는 드레스를 싫어했어요. 꼭 끼고, 답답하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기 때문이죠.

메리는 바지를 입기로 결심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런 메리를 아주 못마땅하게 쳐다봐요.

   메리는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남자 옷, 여자 옷이 아니라 내 옷!

누구나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겉모습으로 차별하지 않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여자 아이니까, 남자아이니까’ 라는 어른들의 구별 짓기로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막아서는 안되잖아요. 세상에 정해진 역할은 없어요. 우리의 역할은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일을 찾아 해나가는 거에요. 

당신은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신가요?

## 할머니의 트랙터 ##

평범한 노부부도 무언가 재미난 일을 하고 있는 듯한데요. 

(안셀모 로베다 글/한겨레)

할머니는 트랙터 운전을 아주 잘해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요리하는 것이 너무 즐겁죠.  할아버지가 만든 체리파이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답니다.

라즈베리 향이 나는 립스틱을 바르고 일터로 향하는 할머니와 할머니를 생각하며 맛있게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할아버지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우리가 나도 모르게 성 역할에 대해서 편견이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일상뿐인데 말이죠.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건 일상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요즘은 그래도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하더라도 일을 하는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남자가 꼭 일을 하고 여자가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 씩씩한 엄마 달콤한 아빠 ##

여기 ‘씩씩한 엄마 달콤한 아빠’처럼 말이죠. 

(마우고자타 스벵드로브스카 글/풀빛)

엄마는 무슨 일이든 행동이 앞서고 유쾌한 사람이에요. 못도 뚝딱 잘 박고 아이와 온몸으로 놀아주면서 아이를 웃게 하지요. 

아빠는 무슨 일이든 계획이 앞서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집안 살림을 꼼꼼히 챙기고 아이가 슬퍼할 때 따뜻하게 보듬어주지요.

 이 책의 화자는 아이인데요. 아이는 자기 눈에 비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요. 

“우리 엄마는 무지개를 그려요” “우리 아빠는 산을 옮겨요”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하며 그림책을 보면 엄마가 빨랫줄에 색색 빨래를 널고 아빠가 산더미같이 쌓인 빨래를 나르고 있어요.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우리 아이들. 

결국, 가정은 우리 아이들이 만나는 첫 번째 사회죠. 우리 아이들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소소한 이야기에 친숙하게 접근해서 자연스럽게 성 역할과 평등의식을 가지게 되는데요. 내 아이에게 올바른 젠더 감수성을 심어 주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결국 엄마 아빠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놀이하고, 함께 책을 보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소소한 일상을 통해서 우리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성으로 서로의 역할과 정체성을 구분 짓기보다는 서로를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