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다가 배가 출출하다 싶어 시계를 보면 어느새 12시를 향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점심시간은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당신은 오늘 어떤 메뉴를 골랐고 어떤 메뉴를 고를 예정인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매일같이 똑같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인도 뭄바이에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뭄바이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점심시간에 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먹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반찬 냄새가 나는 도시락을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 가벼운 손으로 출근을 했어도 인도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집에서 만든 따뜻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인도 고유의 배달 시스템. ‘다바왈라(Dabbawala)’

바로 인도 고유의 배달 시스템. ‘다바왈라(Dabbawala)’ 덕분이다. 다바왈라는 다바 (dabba, 도시락) + 왈라(wala, 일하는 사람)의 합성어로 도시락 배달부를 뜻한다.  다바왈라는 주로 뭄바이를 중심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정해진 지역의 등록자를 대상으로 정해진 시간에 집 앞에 둔 도시락을 수거해 직장에 배달하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도시락을 회수해서 원래 가정에 반환하는 서비스다. 

<출처: KOTRA 뭄바이 무역관>


<출처: ‘Lunch Box’ 영화 공식 포스터 >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이 따뜻한 도시락이 엉뚱한 곳으로 잘못 배달된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그 남자. 사잔 **

<출처: ‘Lunch Box’ 영화 공식 스틸컷 >

35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실수 한번 없이 완벽한 일 처리를 하는 그. 그는 이제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넓은 직장에서 혼자 밥을 먹는 남자. 조용하고 근엄하지만 외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타인과 소통하지 않고 존재감없이 직장 생활을 하는 그이기에 때로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친구도, 가족도 없이 쓸쓸하게 지내고 있는 그이기에 무뚝뚝하고 퉁명스럽다. 하지만 후임 셰이크를 위해 결혼식에 참석하고 맞은 편 집에 사는 가족들이 서로 단란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부러운 듯 쳐다보는 그의 모습을 통해 따뜻함과 상대방의 관심을 바라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날, 그에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도시락이 배달된다. 그는 자신이 신청한 도시락 가게의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착각한다.

**그 여자. 일라 **

<출처: ‘Lunch Box’ 영화 공식 스틸컷 >

인도의 평범한 가정. 남편과 예쁜 딸과 소박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주부 일라.  일라는 위층에 사는 안띠(aunty)와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라디오를 들으며  오늘은 남편과 딸에게 무슨 음식을 해줄까 고민한다.  일라는 최근 남편과 소원해짐을 느껴 관계를 돈독하게 하려고 정성껏 남편을 위한 도시락을 준비한다.

하지만 도시락을 받은 사람은 친구도 가족도 없이 쓸쓸하게 지내고 있는 그 남자. 사잔이다. 일명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그날 오후, 깨끗하게 비워진 도시락통을 건네받은 일라는 남편이 자신의 도시락에 만족했다고 여겨 매우 기뻐한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은 여자의 마음이지 않을까?

먹고 사는 것의 일상. 그리고 소통

아내와 사별하고 삶의 의욕을 상실했기에 짙은 외로움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잔. 그리고 남편의 떠난 마음을 되돌리려고 애쓰는 일라. 그들의 공통점은 어두운 얼굴이다.

<출처: ‘Lunch Box’ 영화 공식 스틸컷 >

먹고 사는 것에 대해 지쳐있던 그들. 하지만 이 단조로운 일상에 일라가 도시락 안에 넣어둔 하나의 쪽지로 새로운 소통의 길이 열리게 된다. 남편에게 잘 도착했는지 확인차 넣어둔 쪽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의 상황과 진심을 담아 서로에게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 

쪽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던 두 사람은 직접 만나기 위해 용기를 내어본다. 

이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이 단순히 남녀 간의 애정이 아니라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면서 만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쪽지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일상의 고단함을 나누고 슬픔을 나누며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고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짙은 외로움 속에서 세상과 단절한 듯 살아가던 사잔이 일라를 통해 마음속 깊이 잊고 지냈던 사랑과 설렘이라는 순수한 감정을 느껴 변화하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마음과 맞닿아있지 않을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일상에 치여 순수함을 잠시 잊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말이다.

영화 후반부에 두 주인공이 서로 만나려 하지만 계속 엇갈리는 장면은 생각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삶 역시 나의 순수한 마음이 현실적인 조건들과 부딪힐 때 쉽지 않아 좌절하지 않는가?

우리는 늘 바쁘고 항상 많은 것들을 계획하며 살아가지만 때로는 내 마음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일로 인해 상처받는 경우도 많지만  예상치 못한 일은 또 다른 신선한 경험으로 나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영화 속 사잔은 회사 동료에게 이야기한다.

 <출처: ‘Lunch Box’ 영화 공식 포스터 > 

“Sometimes the wrong train will get you to the right station.”

가끔은 잘못 탄 기차가 우리를 목적지로 인도한다. 

“Sometimes the wrong train will get you to the right station.”

우리도 자신이 의도했던 것과 다르거나 예상했던 목표에서 벗어났을 때,  틀렸다고 방황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잠시 앉아서 내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계획했던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실패한 여행은 없다. 예상하지 않았던 사고가 소중한 인연이 되어 다가오는 이 영화처럼 말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열린 결말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마지막이 여운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잔과 일라를 통해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지금은 “잘못 탄 기차”처럼 보이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퇴근 후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가족의 따스한 눈빛과 정감이 있는 저녁 식사, 동료의 작은 배려가 어쩌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말고 아름답게 하루를 채워나가자.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