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는 발이 아닌 귀를 위한 음악이다.

(출처:위키백과)

2021년 올해는 ‘탱고의 혁명가’, ‘남미의 탱고 거장’ 이라 불리는 탱고 음악의 제왕,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탱고작곡가인 피아졸라는 자신만의 새로운 탱고 스타일인 누에보 탱고를 만들어 기존의 탱고와는 다른 독창적인 아르헨티나 탱고의 시대를 열게 된다. 1880년대 전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 라고 불렸다. 시골의 가우초(남미 원주민과 유럽 이주자의 혼혈인으로 주로 목축업에 종사)와 일자리를 찾는 유럽의 이민자가 이 화려한 도시에 몰려들었고 여기에 백인 취향의 우아한 음악이었던 아바네라와 아프리카 타악기 리듬의 칸돔베가 섞여 탱고가 탄생하게 된다. 그들의 다양한 풍습과 신앙, 의례 등이 통합, 변형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그 문화를 잘 표현한 것이 바로 이 탱고 음악과 춤인 것이다. 당시 탱고 문화는 인종적 다양성과 문화적 소통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탱고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현실을 살아갔던 개인과 집단이 창조한 표현 형식이었던 것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후 탱고는 유럽에까지 전파돼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발전한다. 여기엔 프랑스계 음악인 카를로스 카르델의 활약이 컸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춤을 추는 장면에 나오는 음악이 바로 카르델의 ‘por una cabeza’다. 

Por Una Cabeza (Violin,Cello &Piano)/여인의 향기 OST
https://youtu.be/HIf19aClyvo

카르델이 탱고에 대중성을 부여했다면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탱고에 예술적 품격을 갖추게 했다.  이른바 ‘누에보 탱고’의 시작이다. '누에보 탱고'는 뿌리가 되는 아르헨티나의 전통 탱고에 클래식, 특히 피아졸라가 숭배하던 스트라빈스키와 바르토크의 음악과 미국 재즈의 접목을 시도하여 춤추기 위한 음악이라기보다는 연주를 위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탱고는 다른 춤과는 다르게 혼자서 출 수 없고 특히 파트너와 교감과 일체감이 중요하다. 그리고 딱딱한 형식이나 격식보다는 솔직한 감정 표현이 더 중요한 것이 매력적인 춤이라고 할 수 있다. 

"탱고는 춤추는 느낌이다. 능력을 보여주는 춤이 아닌 감정의 해석을 하는 춤이다. 발을 움직이고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분노, 행복, 즐거움 등의 감정과 코드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추는 춤이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탱고는 실수할 게 없다. 만약 실수하게 되면 스텝이 엉키게 되는데 그게 바로 탱고다."라고 알파치노는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있는 인생도 탱고와 비슷하지 않을까?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사람은 살아가며 실수를 하게 되고 그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춤을 춰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순간순간들, 이미 꼬여버린 스텝에 좌절하기보다는 그 스텝들을 받아들이고 그 스텝들이 다시 모여져 "탱고"라는 멋진 춤을 완성해내듯이 살아보지 않은 시간 속에서 실수하면 실수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

https://youtu.be/peX_eX06DN8

2014년 소치올림픽 김연아 선수 은퇴경기 

2014년 겨울,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여왕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때 울려 퍼진 음악이 무엇인지 기억하는가? 바로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이다.  

 "탱고는 무언의 의사소통이며, 언어보다 훨씬 심오합니다. 포옹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매 순간 소통하게 됩니다."

아디오스(Adios)는 스페인어로 '안녕'을 뜻하며 노니노(Nonino)는 이탈리아어 약칭으로 할아버지를 뜻하는 논노(Nonno)의 아르헨티나식 표현으로 피아졸라와 형제들이 아버지를 부르던 애칭이기도 했다. 이 음악에는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의 마음이 절절히 배어 있다. 피겨여왕의 마지막이 더욱 애잔했음은 어쩌면 오랫동안 감동을 안겨준 사람과의 이별이기도 했지만 그때 울려 퍼졌던 피아졸라의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글] 동심영유아교육생활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