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한 소년이 있다. 

이 소년은 부모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부모의 사랑이 없다면 이 소년은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소년은 그토록 사랑하던 아빠 엄마에게 버림을 받는다. 

소년은 자신의 존재하는 이유였던 부모님의 사랑을 찾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여행의 끝에 마주한 것은 언제든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수많은 자신이었다.


이 소년은 누구인가?


 A.I. (Artificial Intelligence, 2001) l 12세 관람가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할리 조엘 오스먼트(데이빗), 주드 로(지골로 조), 프란시스 오코너(모니카 스윈튼)


  영화 <A.I.>는 2001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다. 이 영화는 영원히 부모의 사랑을 갈망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이천 년이 넘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부모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가족에 대한 사랑과 동화적인 이야기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영화가 세상에 공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너무 슬퍼서 두 번 다시 못 보겠다.', '내 생애 가장 슬픈 영화.', '볼 때마다 펑펑운다.'라는 감상평에는 여전히 공감 수가 가장 높다. 나도 개봉 당시 간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인공지능 로봇에 몰입해 말 못 이룰 감동을 느꼈었다. 어떤 인간이 그렇게도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이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가 연기한 주인공 ‘데이비드’는 로봇이라기에는 너무도 간절하게,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맹목적으로 엄마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아이의 노력이 너무도 감동적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데이비드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동화 같은 이야기가 온전히 전달되어 마냥 데이비드를 응원하기엔 영화에 그려지고 있는 미래사회는 암울하다. 고갈된 자원으로 인해 엄격한 산아제한이 이뤄지고, 수많은 용도에 따라 제작된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왔던 사이버트로닉스사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기 위해 매진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로봇이 인류 최초로 '사랑의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데이비드’인 것이다. 


  데이비드는 섬뜩하게도 아이를 대체해서 부모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행동할 수 없었고, 의도치 않게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다시 공장으로 보내져 폐기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진 부모는 너무도 인간적인 데이비드를 차마 공장에 돌려보내 폐기할 수 없었고 숲에 버리게 된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버림받은 이유가 자신이 완전한 인간이 아닌 로봇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엄마가 읽어준 동화 <파란 요정>의 요정님을 찾아가 인간이 되어보려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곧 자기와 같이 주인에게 버려진 로봇들을 만난다. 반파된 얼굴, 피부색이 다른 팔다리를 한 로봇들, 그리고 이들을 쫓는 로봇 사냥꾼이 있다. 로봇 사냥꾼들은 이들을 수거해 기괴한 방식으로 파괴한다. 이 세계의 어떤 인간은 자신들의 자리를 끊임없이 대체해온 로봇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여행 끝에 데이비드가 도착한 곳은 그가 생산된 로봇회사 바로 사이버트로닉스였다. 이곳에서 데이비드는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데이비드가 마주친 장면은 수많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로봇들이 언제든 자신을 대체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던 것이다. 데이비드는 그 사실 앞에서 절망하고 로봇들을 파괴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데이비드가 누구보다도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자신을 해치려 하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고, 부모와 이별하며 때 엄청난 슬픔을 느꼈으며, 같이 사는 있는 인간 형제를 질투했으며, 그 질투감이 치달았을 때 분노했다. 그리고 자신을 대체 할 수 있는 수많은 존재를 목도했을 때 절망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만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라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 이 장면은 영화 속 이야기의 한 장면이 아닌 현실적인 장면으로 다가온다.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은 하나 둘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고 있으며 언젠가는 데이비드처럼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수많은 인공지능 앞에서 나의 존재 이유를 물어야 하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피노키오처럼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을 통해 그려낸 아름다운 동화라는 동시에 이 영화가 그려낸 미래사회와 거리가 점점 좁아지는 지금 우리에게는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데이비드가 영화에서 보여준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은 누군가가 인간의 감정을 본 따 프로그래밍한 인간의 일부이다. 그렇기에 미처 프로그래밍 되지 않은 영역으로 인해 자기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만약 이 영화처럼 수많은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데이비드와 같은 낯선 존재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앞으로 아이들은 이 영화가 그리는 세상과 더욱 가깝게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지금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인공지능로봇과 차별되는 ‘인간 본연의 자질’이 요구된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창조적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화하고 4차산업혁명으로 요동쳐도 변하지 않는 교육의 이념일 것이다. 그것만이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고 미래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자양분일 것이다.   


         


씨네리터러시

‘씨네리터러시’는 오래전부터 교육의 도구였던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동심연구소가 추천합니다.

[글] 류승진감독
다큐멘터리 감독 및 미디어교육 전문가

[작품]
독립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제5종보급품’ (2018년DMZ영화제입상) 외 다수 영화 제작 및 아트퍼포먼스 제작

[사진]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주), 왓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