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self esteem)과 자존심(pride)이라는 말은 우리말로 한 글자 차이가 나지만, 이 두 단어가 갖는 뉘앙스의 차이는 상이하기만 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다. 사소한 일에 말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사소한 일에 자존심을 들이밀지만 그런 사람의 자존감은 알고 보면 무척 낮거나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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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 강한 사람이 갖는

행복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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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자기 ‘삶’과 ‘존재’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자존심만 있는 사람에게 그런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니 늘 예민해 있고 그런 예민한 상태에서 누군가가 작은 거절이나 상처 비슷한 말이나 행동을 하면 자기를 무시했다고 엄청 예민하게 반응하며 화를 낸다.

 

그래서 자존심 강한 사람과 같이 살거나 일하는 건 상당히 힘이 든다. 자존심 강한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다. ‘옳다’와 ‘그르다.’ 이다.

 

옳고 그른 것이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 자존심 센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냥 행복하지 않다. 자기가 옳아야 행복하다. 즉, 옳다는 인정이 누구보다 중요한 사람들이 자존심 센 사람들의 특징이다.

  

반면 자존감 높은 사람들은 옳다 그르다보다 ‘행복’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옳다는 것과 그르다는 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다.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가기에 그렇게 옳고 그른 것에 목매지 않는다. 

  

옳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번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왜 옳은 것에 집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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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에서 오지 않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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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니체’는 자칭 옳다고 하는 시대의 도덕에 대해 도덕이야말로 창녀라 혹평하였다. 윤리와 도덕은 다른 차원이다. 윤리는 시대가 달라져도 변함없는 규범을 말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건 사람이 사람을 죽이거나 괴롭혀선 안 된다는 전제가 있다. 이게 ‘윤리’다. 그러나, 여자는 어떻게 해야만 하고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범이 있으면 그건 ‘도덕’이다.

  

그런데 도덕은 언제나 세월이 변화하면 변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옳았던 것이 현재에서는 ‘옳음의 권위’를 상실하는 것이 도덕이기에 니체는 도덕은 창녀와 같다고 혹평한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자기의 자존심이 너무나 시대에 한정된 옳음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반드시 어린 시절 모멸감이나 거절감과 같은 좌절의 상처, 분노의 상처가 없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가난하게 살아온 사람은 누군가 자기에게 가난하다고 하면 그 감정이 폭발해 버린다. 그 내면에 칼 융이 말하는 ‘콤플렉스(complex)’가 형성된 것이다. 자존심이 세면 누군가에게 무시당하지 않도록 자기를 포장하거나 자기를 보호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자존심은 지켰으나 행복하지는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행복은 '자존심'에서 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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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에서 오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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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자존감'에서 온다. 나는 부부 상담을 할 적에 이런 면을 자주 본다. 내 앞에 와서도 여전히 싸우는 부부를 보곤 한다. 그럼 나는 말리면서 한 가지를 묻는다.

"두 분 그만 싸우세요. 제가 질문할 테니 답 좀 해 보세요. 두 분은 옳은 게 중요하세요. 행복한 게 중요하세요?"  

그럼 다들 행복이라 답한다.

“그러면? 그러면 옳은 것 좀 포기하세요.” 이렇게 말하면 다들 

“흥! 저 사람이 먼저 포기하면 나도 포기하죠.”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사실 그 누구도 먼저 포기하는 법 없고,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럼 다시 상담은 원점…나는 그런 경험을 통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옳은 게 중요한가? 옳은 것도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거 아닐까…

  

행복은 둘째고 옳은 게 먼저다? 그런데 그럴 수도 있으나 가정이 아닌가. 가정의 가치는 ‘행복’이 먼저 아닌가. 사회처럼 법이 우선이고 옳은 게 우선은 아닐 텐데…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필요하지만, 아무것도 없으니까 자존심만 내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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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질문으로 찾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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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중요하다. 부부 사이도 인간관계도 여유가 중요하다. 그리고 여유는 ‘내면’이 치유된 자의 특징이다. 사람을 치유하는 여유, 그 여유가 우리의 상한 자존심을 제대로 세워주고 높여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한번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옳고 그르다는 유치한 발상을 접고 고요한 자기반성, 자기성찰을 통해 자기를 마주해야 한다. 나는 왜 그렇게 옳은 게 중요했고 나는 왜 그렇게 자존심이 강했는지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볼 일이다. 내 행복을 위한 고요한 질문을…


행복을만드는교육

시대가 변화해도 여전히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가장 중요합니다.
‘행복을 만드는 교육’은 유아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 ‘중요한 발상’과 ‘실천’을 찾는 동심연구소의 노력입니다.

[글]
변상규교수 l 대상관계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


[저서]
네 안에서 나를 보다(2007), 마음의 상처 심리학(2008), 자아상의 치유(2010), 때로는 마음도 체한다(2014) 외 다수